[부산국제영화제] 공포·스릴러를 찾아서
속도감 더한 B급 독립영화의 흡인력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화 '킬러 광대' '사슬' '와시푸르의 갱들'.올해 '미드나잇 패션'은 이전보다 더 많은 관객이 즐길 수 있게 됐다. 일단 영화제 기간이 하루 더 늘어나면서 상영 시간이 금~일요일과 폐막식 전 금요일 주말로 변경됐다. 주중 심야 상영이 부담됐던 관객도 마음 편히 볼 수 있다.
기존에 집중했던 공포물 외에 스릴러와 드라마 장르도 많아졌다. 장르가 부담스러워 '미드나잇 패션'을 찾지 않았던 관객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그동안 '미드나잇 패션'은 잔인하다는 편견이 있어 이를 깨기 위해 호러가 아니라도 스릴감과 속도감이 넘치는 작품이면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크레이그 조벨 감독의 '컴플라이언스'. 한 패스트푸드점에 걸려온 경찰관의 전화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화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배우들의 깔끔한 연기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스릴러적 요소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상영 돼 화제가 됐다.
프랑스 영화 '카오스'도 기대할 만하다. 프랑스판 '위험한 관계'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시골로 이사 온 부부에게 한 남학생이 접근하면서 파국을 맞는 관계를 다뤘다. 잔인한 장면은 없지만, 스토리와 연기, 연출력만으로도 충분히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아누락 카시압 감독의 '와시푸르의 갱들'은 '미드나잇 패션' 최초의 단독 상영작이다. 320분의 긴 상영시간이지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2대에 걸친 복수를 다룬, 대부와 같은 대서사 시대극이다. 우리가 알던 발리우드 스타일과는 또 다른 인도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올해 '미드나잇 패션'에는 '컴플라이언스'를 비롯해 10편 중 절반에 가까운 4편이 미국 영화다. 할리우드발 블록버스터가 아닌 미국 저예산 독립영화를 맛볼 기회다. 스릴러인 '사슬'과 공포 영화인 '죽음의 그림자'는 상업영화 못지않은 흡인력을 뿜어낸다. 이밖에 아일랜드의 호러 코미디 '킬러 광대'도 잔인한 장면 가운데 웃음을 선사해 무거운 심야 상영의 분위기를 전환해 준다. 박진숙 기자 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