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관회 무형문화재 지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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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 팔관회를 재현한 행사에서 출연자들이 당시 의상을 입고 연희를 펼치고 있다. 부산시불교연합회 제공

팔관회(八關會)는 불교 행사로 출발했지만 온 국민이 제의와 가무를 즐긴 축제였다. 고려 때는 주관 관청을 따로 두었고 임금이 꼭 참석하는 국가 행사였다. 불교를 비롯한 다양한 종교를 아우르면서 국가와 백성의 안녕도 기원했다.

그런 팔관회가 1998년부터 부산에서 계승돼 재현되고 있다. 벌써 12년간 진행돼 온 팔관회에 대해 실상과 본질을 제대로 밝혀 체계적으로 계승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중 팔관회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국가 지원이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 현실적인 과제로 꼽힌다.

정상박 동아대 명예교수가 팔관회의 무형문화재 지정 목소리를 낸다. 정 교수는 올해 팔관회를 앞둔 10월 5일 대한불교진각종 부산교구청(부산 동구 수정동 범석심인당)에서 열리는 '팔관회의 불교 문화적 전승가치와 계승을 위한 세미나'에서 이런 주장을 펼 예정이다. 세미나는 부산시불교연합신도회와 대한불교진각종 부산교구가 공동 주관하고, 2012 팔관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한다.


정상박 명예교수 "불교 유산 지정 유형문화재 위주"

팔관회의 문화적 전승가치·계승 논의 세미나 계획



이날 발제를 맡은 정 교수는 팔관회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요건을 두 가지로 꼽는다. 팔관회를 문화재 범주에 들도록 정리하는 일과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는 일이다. 그중에도 현실적으로 문화재보호법 개정이 우선 요구된다.

정 교수는 "문화재 중 유형문화재는 불교 유산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무형문화재는 거의 없다. 유형문화재는 의례나 신앙행위의 상징물이거나 도구에 지나지 않던 것이다. 불교 신앙 행위가 없다면 유형문화재도 없었을 것인데 현 문화재 정책은 유형문화재 위주여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되는 법이 문화재보호법 제2조 2항 '무형문화재: 연극, 음악, 무용, 놀이, 의식, 공예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적 예술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이란 대목이다. 정 교수는 조항 중 '무형의 문화적 소산'을 전승된 가능 또는 예능으로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문화재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팔관회 같은 국가 행사는 그 가치에도 전승 계보가 뚜렷하지 않고 행할 때마다 재창조되는 특성이 있어 무형문화재 지정이 어렵게 돼 있다는 것. 민요 '아리랑'이나 씨름이 무형문화재에서 제외되는 일과 마찬가지라는 거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강릉단오재', '한장군놀이', '법성포단오제' 등 축제나 행사들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추세여서 팔관회도 원형을 제대로 밝히고 그 형식과 내용을 어느 정도 고정한다면 무형문화재 지정 가능성도 높다는 게 정 교수의 견해다.

또 현대적 계승 노력도 당부한다. 정 교수는 팔관회는 불교 의식을 바탕으로 근엄한 제의를 지낸 뒤에 흥겨운 연희가 이어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놀이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현대의 축제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인식. 더불어 불교 신자와 일반인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공연이나 현대 디지털 기기 등을 얼마나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영한 기자 kim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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