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길고양이는 유해 동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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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

연말연시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자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여기저기 울려 퍼진다. 하지만 사람보다 더 소외되고 이 추운 겨울, 생존에 위협을 받는 이웃들이 있다. 바로 길 위의 동물들이다. 배고픔에 추위까지 겹쳐 길 위의 동물들에게는 겨울이 참으로 잔인하다.

최근 개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은 높아졌지만 고양이에 관해서는 '요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탓으로, 특히 길고양이에 대한 민원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부산시의 유기동물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지난해 발생한 유기 동물 5천여 마리 중 절반이 고양이와 관련된 민원이다. 아기 울음 같은 소리가 싫다, 쓰레기봉투를 찢는다, 밤에 갑자기 튀어나와 놀란다 등등. 고양이를 보지 않게 해 달라는 민원이다.

그런데 이 길고양이의 한 켠에는 길고양이를 불쌍하게 여겨서 밥을 챙겨 주는 '캣맘'이나 '캣대디'가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길 위의 작은 생명이라도 존중하고 귀히 여기는 사람들이다.

길 위의 동물을 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다르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과의 갈등과 대립도 만만찮은 상황인데, 서울에서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캣맘과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으로 비화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길고양이들로, 심한 경우 고양이를 때려 죽이거나 쥐약 등으로 몰살시키는 극악한 범죄도 발생한다.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죽이는 행위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은 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벌금 1천만 원 이하 혹은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대범죄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처벌 이전에 '길고양이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생명존중 인식을 갖는 것이 먼저이다.

이기적인 사람들에 의해 버려진 고양이들이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살아갈 뿐인데 인간들은 단지 자신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길고양이의 생명을 앗으려 하고 있다.

길고양이들로 인해 불편한 것은 불임시술 후 다시 제자리에 방사하는 'TNR'이라는 제도로 충분히 해소가 가능하다. 선진국에서도 개체 수를 조절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이미 입증되었고 내년부터는 부산시도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예정이다.

캣맘, 캣대디를 보는 시선 또한 바뀌어야 한다. 밥을 주면서 개체 수 조절을 잘 하고 관리를 해 나간다면 길고양이도 돕고 인간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훌륭한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캣맘을 독려하고 그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주민이 도와야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지자체 역할도 중요하다. 캣맘과 주민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학대를 예방하고 학대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부산시장이 서울시장과 같은 동물 보호 마인드를 가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물 관련 업무는 복지 업무와 다름없이 생명에 관한 문제로 여겨 민원 해결 차원이 아니라 동물 보호 차원에서 수행돼야 한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20년 정도이다. 그러나 길고양이의 수명은 2년 남짓에 불과하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해 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마찬가지로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종이며, 생명이다. 단지 인간보다 힘이 약할 뿐이다. 강자는 약자를 보호해야 할까, 아니면 짓밟아야 할까? 답은 자명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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