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물 빛 반사 영역 그늘보다 37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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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초고층 아파트에 빛이 반사되고 있다. 부산일보 DB

외벽이 유리로 된 초고층 건물의 빛 반사 영역이 태양만 비치는 곳보다 9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한 여름 초고층 건물에서 빛 반사를 받는 인근 주민들의 고통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경대 건축공학과 소속 한동훈(25) 씨 등 학생 3명은 19일 이같은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6월 고층건물 외벽에 사용되는 금속코팅 유리인 '로이 유리'를 사용한 56층 건물을 1/300로 축소한 모형으로 제작해 태양 아래 설치했다. 이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화상카메라를 사용해 반사영역 온도를 1시간 간격으로 측정했다.

측정 결과 건물 유리창에서 빛이 반사되는 영역은 평균 9도, 그늘은 무려 37도 높게 나타났다는 것. 이는 자연상태에서 받는 태양열에 빛 반사로 인한 열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경대 건축공학과 실험 결과
햇빛만 비치는 곳보다 9도 높아
태양열에 빛 반사 열 더해져

동시에 진행된 빛 세기 측정에서도 일시적인 시각장애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눈부심이 강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경대 건축공학과가 실험에 나선 것은 해운대구 마린시티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아이파크'의 빛 반사 피해를 호소하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빛 피해 정도를 산출하기 위해 부경대에 시뮬레이션을 의뢰(본보 6월 7일자 1·3면 보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건축계에서 건물 외벽을 유리창으로 짓는 '커튼월(curtain wall)' 공법이 유행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번 실험의 계기가 됐다.

한 씨 등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고층건물 커튼월 경면반사로 인한 인근지역 환경 영향 실험'으로 2012년 한국건축시공기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만약 실험 결과가 정확하다면 여름철 초고층 건물에서 빛 반사를 받는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강렬한 눈부심을 차단하기 위해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저녁에도 항상 커튼을 쳐야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 주거지가 아닌 사무실에서는 지속적인 눈부심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빛 반사가 실내온도를 높이는 바람에 냉방기 가동을 늘려 냉방비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들을 지도한 부경대 건축공학과 정근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로이 유리와 같이 커튼월을 외벽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층건물의 빛 반사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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