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금 167억 대포통장으로 돈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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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경찰서 지능수사팀은 해외 불법 도박사이트 인출책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5억3천만 원 상당의 5만 원권 지폐와 대포통장, 대포폰 등을 압수했다. 부산진경찰서 제공

100억 원이 넘는 범죄 수익을 대포통장을 사용해 은닉하려던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부산 부산진경찰서 지능수사팀은 26일 해외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167억 원의 수익을 자금세탁 후 빼돌리려 한 혐의(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 모(36)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강 모(43·여) 씨 등 일당 19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를 제외한 이들은 마산 출신의 지인 사이로 2012년 2월부터 11개월간 필리핀과 마카오에서 운영 중이던 불법 바카라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짜고 대포통장을 마련했다.

사이트 운영자와 짜고
수수료 수백만 원 에 가담
게임 머니로 첫 세탁
5만원권 인출해 전달
2명 구속 19명 입건


이들은 게임이용자들이 통장으로 입금한 돈을 200회에 걸쳐 나눠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금 베팅을 위해 운영자가 도박 사이트에 올려 놓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이 입금되면 게임머니로 환산돼 한 차례 자금세탁이 이루어지고, 김 씨는 입금 사실을 강 씨 등 점조직으로 구성된 인출책에게 알렸다. 연락을 받은 강 씨 등이 직접 통장으로 입금된 돈을 전액 5만 원권으로 인출한 뒤 이를 다시 서울·경기 지역에서 배회하던 김 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이들의 자금 흐름은 유령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악용한 대출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던 부산진경찰서에 포착됐다. 경찰은 대포통장 중 일부가 사기뿐만 아니라 도박사이트 운영에도 이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8개월간 100개가 넘는 계좌를 압수수색한 끝에 이 가운데 32개 계좌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을 찾아냈다. 이들 계좌에는 매달 100억~300억 원 상당이 오갔으며 입·출금도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집중된 상태였다. 거래 내역에서도 상습도박으로 입건된 전력이 있는 도박중독자의 명의가 대거 확인됐다.

경찰조사 결과 강 씨 등 인출책은 대부분 직업이 있는 사람들로 자신들이 마련한 대포통장을 거쳐 범죄 수익이 오간다는 사실을 알고도 매번 3억~4억 원을 인출해 전달할 때마다 수수료 명목으로 주어지는 300만 원 상당의 현금에 눈이 멀어 이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진경찰서 강영득 수사과장은 "이들이 전달한 수익금은 모두 무료 게임머니를 받고 시작했다 바카라 게임에 중독된 서민 피해자들의 돈"이라며 "피해자 대부분이 1억 원이 넘는 돈을 도박으로 잃었으며 이는 불법 대출을 받거나 집을 담보 잡히는 식으로 마련된 자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도박사이트를 이용한 A 씨의 경우 하루 아침에 2억 원이 넘는 돈을 따기도 했지만 결국 9개월 만에 2억2천만 원을 탕진해 신세를 망치기도 했다.

부산진경찰서는 이들로부터 현금 5억3천400만 원을 압수하고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해외에서 해당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운영자의 행방을 쫓고 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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