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신인' 디자이너 이화숙 씨] '엘레강스한 여인의 향기' 주제 첫 패션쇼
2013 부산패션위크 주목할 디자이너 & 브랜드
자신이 만든 옷을 손보고 있는 이화숙 대표. 전대식 기자'2013 부산패션위크'가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최된다. 부산 프레타포르테와 부산국제섬유패션전시회가 '부산패션위크'라는 새 이름으로 통합돼 열리는 첫 행사다. 3일간 총 15개의 무대가 펼쳐진다. 그 중 올해 처음 참가하는 지역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소개하고, 확 달라진 '부산패션위크'를 똑똑하게 즐기는 방법도 안내한다.
"고객만 바라보며 지금까지 옷을 만들었습니다. 부산패션위크를 계기로 한 단계 더 비약하고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30년간 광복동서 옷 만들어 온 장인
28명 모델 중 14명 단골 '아줌마' 이색
'준비된 신인'(?) 디자이너 이화숙(52·'애니' 대표) 씨. 30년간 부산 중구 광복동에서 옷을 만들며 잔뼈가 굵어진 디자이너이다. 이 정도 경륜이면 패션계에 제법 이름이 알려질 법하지만 지금껏 공식적인 패션쇼나 대회에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았다. '(말이 아닌) 정성이 담긴 옷으로 얘기하고 싶다'는 그의 고집 때문이다.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를 자처한 셈이지만 '내가 만든 옷이 나의 얼굴'이라는 철학 때문에 지금껏 후회는 없었다.
그런 그에게 몇 년 전부터 주변에서 패션쇼나 박람회에 나가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그때마다 이 씨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손사래를 쳐왔다. 하나 올해는 생각이 달랐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이 흘렀는데, 한 번은 '이화숙의 옷'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공(?)도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단골들의 응원과 지지도 힘이 됐다. 이번 부산패션위크에 참가하게 된 데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다. 이 씨로서는 디자이너 인생의 중간 정산인 셈이다.
이 씨가 이번 쇼에서 선보이는 주제는 '엘레강스한 여인의 향기'다. 그가 좋아하는 배우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모두 28명의 모델이 등장한다. 그중 14명은 전문 모델이 아니라 이 씨의 단골들이다. 평범한 주부나 여성 사업가들! 이들 일반인 모델들이 입는 옷은 감색의 모직 소재로 만든다. 한 가지 색과 소재로도 얼마든지 포인트와 섬세함이 살아있는 옷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무모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 씨는 '일생일대의 나만의 축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이 전략을 선택했다. 불과 2시간의 일회성 행사를 위해 그는 최고급 원단과 단추를 썼다. '단추 하나라도 공짜로 주지 않는다'는 평소 의상철학이 발휘된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디자이너의 길을 가겠다는 이 씨. "영화 속 헵번처럼 화려한 공주에서 평범한 직장 여성까지, 인간미 넘치는 여성의 이미지를 옷에 담았다"고 말했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