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02] ①즐겨보던 TV프로그램, 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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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추억하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1990년대의 아련한 추억을 드라마화한 '응답하라 1997'이 큰 사랑을 받은 데 이어 최근 '응답하라1994'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3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청춘의 아이콘 20대들에게도 생각해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들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파릇파릇한 스무 살 대학 새내기들이 초등학교 2학년, 곧 30을 바라보는 스물아홉 살 청춘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 2002년으로 돌아가 '똑똑!' 추억의 문을 두드려본다.

① TV프로그램… 채널을 11년 전으로

2002년은 요즘처럼 사교육이 심하지 않았기에 학생들은 학교가 파하면 집에 가서 TV 볼 생각에 신났었다. 배우들을 따라하는 게 하나의 놀이였던 시절이었다. 즐겨 보던 TV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기억의 리모컨을 꺼내 채널을 돌려보자.

■"나는 김두한, 너는 시라소니" <야인시대> 열풍

'야인시대'는 2002년7월 29일 첫 방영을 시작해 그 해 최고 인기를 누린 드라마다.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전 연령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평균 30%의 시청률로 종영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딱딱한 눈빛을 쏘며 잘 차려입은 정장 차림으로 등장해 시종일관 거칠게만 보인다. 그러나 각자 뿜어내는 매력은 달랐다. 종로를 주름잡았던 카리스마 있는 의리파 김두한. 조금은 엉뚱한 그의 부하 김무옥. 전국 주먹조직을 석권한 애국심이 투철한 엄동욱. 김두한을 좇는 끈질긴 일본형사 미와 등. 비슷해 보이지만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다.

당시 10대들은 '야인시대'에서 그려내는 실제 인물들이 누군지 몰랐지만 TV속 그들의 행동, 말투 등을 따라하며 놀았다. 악역들도 예외는 없었다. 그들을 악역이라 칭했지만 구마적, 미와 등의 독특한 말투와 익살스런 행동들은 흥미로웠다.

남학생들은 등장인물들의 다소 거친 모습들을 동경하고 동일시하려 했다. '야인시대 놀이'는 소꿉놀이처럼 하나의 놀이가 됐다. "싫어 내가 김두한 할거야. 너는 시라소니 해!" 김두한 역을 두고 다투기 일쑤였다. 남·여 가릴 것 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김두한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것이다. 멋있는 캐릭터로 급부상한 안재모에게는 야인시대가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야인이 될거야. 거친 비바람 몰아쳐도~' 드라마가 끝날 때면 흥얼거리던 OST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수가 누군지, 제목이 뭔지는 몰라도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구리구리 양동근, 짠돌이 최민용, 조각미남 조인성까지 <논스톱2·3>

'논스톱 '시리즈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좌충우돌 청춘일기를 그린 시트콤이다. 2002년에 방영한 시즌2·3에 이어 최종 5편까지 방송됐다. '논스톱'은 다양한 캐릭터가 보여주는 엉뚱발랄한 행동, 재치 있는 입담 등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주 시청층인 10대들은 청춘 시트콤을 통해 대학생활을 미리 경험했다. 현실적인 대학생활과는 괴리가 있었던 탓에 말 그대로 '캠퍼스의 로망'을 꿈꿀 수 있었다. 최신식 기숙사 시설, 캠퍼스 커플, 자유분방한 생활은 10대들에게는 신세계였다.

모방심리가 강한 10대들은 등장인물의 말을 따라하면서 대사를 유행어로 만들었다. 뻔뻔한 양동근의 "한턱 쏴~", 박경림의 "너 딱 걸렸어!", 정다빈의 "웬 일이니 웬 일이니~", 교수님의 "엉망진창이야! 엉망진창!" 등을 따라하며 시트콤의 주인공이 돼 보기도 했다.

러브라인을 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 특히 '논스톱 2'에서 조인성과 박경림 커플은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언밸런스 커플. 두 사람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는 진부한 미남·미녀 러브라인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시청자들은 박경림을 질투하면서도 "나도 조인성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논스톱3'에서는 짠돌이 최민용과 정다빈의 러브라인이 돋보였다. 부족함 없이 자란 다빈과 대비되는 짠돌이 민용의 티겨태격 러브스토리는 독특한 캐릭터와 잘 버무려져 맛깔스러운 재미를 선사했다.

■이거 안 본 사람 없을 걸? 놀던 아이도 집에 들어가게 하는 <매직키드 마수리>

아침드라마에 열광하는 아줌마들처럼 어린이들이 드라마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현재 20대 초·중반이면 누구나 봤을 법한 어린이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 당시 주연을 맡았던 아역 배우들은 성인 연기자로 성장했다. 이 드라마는 마법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교훈을 전달했다.

대개의 어린이 프로그램이 1~2%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는 반면 '매직키드 마수리'는 평균 1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마파람, 마패, 마예예 등 등장인물들의 특이한 이름에 더해 이들이 사용하는 마법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저주로 인해 마수리의 몸이 사라지는 등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컴퓨터그래픽(CG)효과에 어린이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마법 목걸이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말만 하면 무엇이든 이뤄주는 목걸이. 학교 앞마다 마법 목걸이를 팔지 않는 문구점이 없을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생이던 박재란(21) 씨는 "동생과 마법 목걸이를 놓고 싸운 적이 있는데 좋은 것은 1만 원이 넘었다"며 "나는 2천 원짜리를 갖고 있었는데 불빛이 안 나와 아쉬웠었다"고 회상했다.

■"쿵스~ 쿵스~ 쿵스~ 쿵쿵따리 쿵쿵따! 쿵쿵쿵!!!" <공포의 쿵쿵따>

'공포의 쿵쿵따'는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MC대격돌에서 2002년부터 새롭게 시작한 코너다. '쿵쿵따'는 MC들이 구호에 맞춰 끝말잇기를 하는 게임으로 말을 잇지 못하면 무시무시한 벌칙을 수행해야 했다.

당시 삼삼오오 모인 자리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팔꿈치를 들어 올려 끝말잇기를 할 정도로 쿵쿵따는 '국민게임'이었다. 율동을 한답시고 옆 사람을 쿡쿡 찌르며 약올리는 친구도 꼭 있었다. 목청껏 외쳤던 "쿵스~ 쿵스~ 쿵스~ 쿵쿵따리 쿵쿵따!" 리듬 있는 구호는 지금 다시 따라해봐도 재밌다.

강호동, 유재석, 이휘재, 김한석 등 유명MC들이 망가지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게임이 진화하면서 '산기슭', '해질녘' 등 이어가기 어려운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MC들은 당황했다. 그러다 '슭곰발', '녘새발' 등 새로운 이음말이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이후 '산기슭-슭곰발', '해질녘-녘새발'은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됐다.

당시 중학교 1학년생이던 김영동(24) 씨는 "쿵쿵따 게임을 하면서 말도 안 되는 단어를 맞다고 우기는 애들이 꼭 있었다"면서 "그런 단어 하나씩 추가하다 보면 우리만의 룰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며 추억을 떠올렸다.

멀티미디어부 대학생인턴 김주리 mu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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