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설날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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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설날이 다가오면 맘이 무척 설레었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으로 설날 아침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유는 다름 아닌 세뱃돈이었다. 설빔을 곱게 차려입고 어른들께 세배하고 나면 어김없이 세뱃돈이 쥐여졌다. 어른들은 세뱃돈으로 1원짜리 동전이나 5원짜리 지폐를, 좀 여유 있으면 10원짜리 지폐를 주기도 했다. 1960년대 후반, 1원이면 왕사탕 5개를 주었으니 10원의 가치는 상당히 컸다. 그땐 친구들과 함께 동네 어른들을 찾아가 세배를 드렸다. 그러면 어른들은 설 음식을 내어놓고 세뱃돈을 주시면서 "뉘 집 아들이며,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묻고 "공부 열심히 하고 어른들 말씀 잘 들으라"는 덕담도 해주셨다. 이렇게 설날은 먹을 것도 많고 세뱃돈도 생기는 아주 즐거운 날이었다.

그런데 세뱃돈은 언제부터 유래되었을까. 조선시대엔 세뱃돈 풍습이 없었고, 세배하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덕담하고 서로 음식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세뱃돈 풍습은 구한말 이후 중국이나 일본에서 들어와 퍼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일제강점기나 해방 후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주춤했다가 가계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한 1960년대 중반부터 아이들에게 10원짜리 지폐를 세뱃돈으로 주는 풍습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설날 아침에 먹는 떡국은 밝은 새해 첫날을 상징한다. 동그란 떡의 모양은 태양을 형상화한 것인데 태양의 밝고 힘찬 기운을 얻기 위해 가래떡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섣달 그믐날 밤 자정 이후, 혹은 설날 이른 아침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엮어 만든 복조리도 걸어두었다. 돈이 들어오거나 액을 쫓아내려는 의미로 그 안에 돈이나 팥을 담아두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설날을 가족 및 친지들과 함께 보내기보다는 해외여행을 떠난다거나 각자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귀찮은 날 혹은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설 연휴는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이때만큼은 걱정 근심 잠시 내려놓고 가족 친지와 함께 즐겁게 보냈으면 한다.

신영규·한국신문학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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