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세척, 꼭 비강용 생리식염수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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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한약사회가 전국의 회원 약사들에게 '생리식염수 판매 시 주의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돌렸다. '최근 약국에서 코(비강) 세척을 위해 생리식염수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데, 콘택트 렌즈용 생리식염수는 위험할 수 있으니 판매할 때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이 무슨 말인가?

렌즈 세척용 식염수 부작용 우려
가습기 살균제처럼 보존제 포함

비강용은 의약품으로 약국서 판매
주사기로 30~50㏄ 주입 효과적


■다 같은 생리식염수라고… 글쎄!


주부 Y(37) 씨. 두 아들의 비염이 심해 걱정이다. 이전에는 방안에 가습기를 틀어 놓고 있었으나 가습기용 살균제의 폐질환 유발 논란이 생기면서 가습기는 아예 내다 버렸다. 대신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면 비염에 좋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생리식염수를 구입해 매일 아이들 코를 씻어 주고 있었다.

어느 날 단골 약국의 약사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데, 그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렌즈 세척용 생리식염수의 성분에 가습기용 살균제와 비슷한 성분이 있는데, 사람들이 이를 모르고 대충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놀란 Y 씨가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쓰는 생리식염수를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렌즈 세척용이었다. 아이를 위한다는 것이 오히려 아이를 망칠 뻔 했다는 생각에 Y 씨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한 성분이?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식염수는 크게 두 가지다. 렌즈 세척용과 비강 세척용이다. 그런데 세간에 생리식염수가 비염이나 축농증에 좋다는 말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별 구분 없이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인터넷 등에서는 렌즈 세척용 생리식염수를 코에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도 다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명확히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렌즈용 생리식염수와 비강용 생리식염수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보존제가 있냐 없냐로 구분된다. 렌즈용에는 PHMB(염산 폴리 헥사메틸렌 비구아니드)라는 보존제가 들어가는데, 일종의 방부제로 미생물이나 박테리아의 번식을 막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 PHMB는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가습기 살균제의 PHMG(폴리 헥사메틸렌 구아니딘)과 유사 계열의 성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PHMB가 인체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침이나 눈물 분비 증가, 우울증, 무기력 등의 증상을 비롯해 폐에 영향을 끼쳐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작용을 우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 대한약사회가 전국 약국에 생리식염수 판매 주의를 당부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코 세척용 생리식염수(왼쪽)와 렌즈 세척용 생리식염수 제품들. 임광명 기자


■렌즈 세척용과 코 세척용 구분해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렌즈용 생리식염수는 중외제약의 '크린투액'과 대한약품의 '아이콘액'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약은 모두 의약외품이다.

반면 비강 세척용 생리식염수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질환을 고치기 위한 의약품으로 렌즈용 생리식염수를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문제는 비강용 생리식염수는 의약품이다 보니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데 반해, 렌즈용 생리식염수는 의약외품으로 마트나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비인후과 등 일반 병원에서도 코 세척을 위해 생리식염수를 권장하고 있지만 어떤 제품을 사용할지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주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병원과 한의원,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노즈스위퍼라는 코세정 분말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렌즈용 생리식염수처럼 멸균을 위한 방부제 성분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PHMB에 대한 위해성이 아직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우리 사회가 큰 홍역을 치른 만큼, PHMB가 함유되지 않은 생리식염수를 잘 골라서 사용해야 한다"며 "코 세척용 생리식염수는 방부제가 없어서 병원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으니 개봉 후 이틀 내에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봄에는 적극적인 코 건강관리 필요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면 이물질이 제거되고 점막을 촉촉하게 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희석시킬 수 있다. 섭씨 37도 정도의 미지근한 식염수를 일회용 주사기에 30~50㏄ 정도 담은 다음 한쪽 콧구멍으로 조심스럽게 밀어 넣는 방법이 효과적인데, 너무 세게 밀어 넣으면 귀와 연결된 이관을 통해 식염수가 역류해 중이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코 세척과 별도로 황사나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는 평소 코에 대한 건강 관리를 적극 실천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센터 김경민 가정의학과장은 "봄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더 심해진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저절로 낫는 경우가 드물고, 병원에서 정확히 검사하고 진단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생활 속의 작은 습관도 코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코는 실내 습도가 50~60%일 때 가장 편안함을 느껴 가습기 등을 이용해 적정 습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단, 너무 습하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실내 온도는 20~25도가 적당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호흡을 돕는 건강차를 곁들인다면 더 좋다. 비타민 함유량이 많은 레몬차, 코막힘에 좋은 허브·박하차가 추천된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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