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올린 블로그 수술 후기 "의료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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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직장인 이 모(25·여) 씨는 올 초 부산의 한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수술 비용과 결과에 만족한 이 씨는 '좋은 정보를 지인들과 나눈다'는 생각에 자신의 블로그에 상담 방법, 비용, 병원 홈페이지와 병원 위치 정보를 올려놓았다. 그러다 지난 5월 이 씨는 구청으로부터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블로그에 의료기관 정보 등이 게재돼 의료광고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사례2=주부 김 모(32·여) 씨도 지난 2월께 경찰로부터 '기소중지 통보'를 받았다. 기소중지라는 말에 놀란 김 씨는 혐의 내용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김 씨가 3년 전에 올린 얼굴 미백 시술 관련 블로그 글이 의료법 위반으로 행정기관으로부터 고발당했다는 설명이었다. 글을 쓴 사실조차 잊고 있던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의료법에 명시된 '민간인 의료 광고 금지 행위'에 걸려 자신도 모르게 행정기관에 고발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의료 소비자와 네티즌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대부분 의료법에 관련 규정이 있는 지조차 모른 채 고발당하는 경우가 많다.

쌍꺼풀·얼굴 미백 등 정보 공유
'의료광고 금지' 걸려 고발당해
부산진구 보건소, 160건 적발
"알권리 차원서 규제 완화해야"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공개된 블로그 등에 '광고성 글'을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광고성 글의 기준은 의료기관의 구체적인 수술정보를 포함해 위치나 전화번호, 홈페이지 등을 올리는 것.

단순 시술·치료 경험담이나 효과를 블로그 등에 게시하면 문제가 없다. 의료기관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행위도 때에 따라서는 고발대상이 되기에 주의해야 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 관련 정보를 올리는 것은 무방하다.

일선 보건소에 따르면 블로그와 관련된 의료법 위반 건수가 상반기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관들이 블로그를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블로그 활동을 감시하는 '의(醫)파라치'도 활동하고 있다.

서면 일대 의료기관이 집중된 부산진구 보건소의 경우 상반기에만 160여 건의 의료법 위반행위를 적발해, 이중 40여 건을 경찰에 고발했다. 역시 의료기관이 많이 몰려 있는 해운대구 등 다른 구·군의 사정도 비슷하다.

보건소는 의료법 위반 행위가 접수되면 블로그를 일일이 조사해 명시된 의료기관은 방문 조사한다. 조사기간이 1주일 이상 소요되고, 대부분 법을 몰라 위반하는 경우가 많아 보건소도 사후처리에 곤혹스럽다고 한다. 담당 직원 2~3명이 블로그 조사에 집중되면서, 다른 일상 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안병선 부산진구 보건소장은 "수술·치료 행위 후 블로그에 올리는 경험담은 맛집을 다녀온 뒤 올리는 후기와 다르다"며 "일반인 입장에선 의료법 위반 여부를 알 수 없기에 글을 올릴 때 주의해야 하고, 애매할 때는 보건당국에 문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재문 부산YMCA 실장은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이 관련 법규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알권리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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