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알짜 상인들의 돈 버는 '한 수'
입력 : 2014-10-25 07:56:36 수정 : 2014-10-27 13:49:32
현지화에 성공한 중국 상하이 이케아. 부키 제공중저가 DIY 인테리어 전문점 이케아(IKEA)는 스웨덴 업체다. 미국에 진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제 아시아로 확장 중이다. 중국 상하이에도 이케아 매장이 진출했다. 상하이 이케아가 자리한 쉬후이 구는 상하이의 과학, 문화, 상업 중심지다. 런던의 첼시나 샌프란시스코의 소설리토, LA 외곽의 베벌리 힐스처럼 고급 주택이 즐비한 부유한 동네다. 땅값도 만만찮은 이곳에 이케아는 3만 3천㎡의 거대한 매장을 열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상하이 이케아 매장도 숟가락, 완구, 카펫, 가구 등 집 안에 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판다.
중국 시장은 외국계 가구, 인테리어 기업들에 호의적이지 않다. 미국 건축 자재 유통업체 홈디포(The Home Depot)는 2010년 영업 손실을 보았다. 저가 제품 위주의 대형 매장을 운영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결국 중국 진출 6년 만에 완전히 철수했다.
전 세계 '핫 시티' 22곳서 발견한
비즈니스 트렌드 · 아이디어 소개
자영업자에게 유용한 '참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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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도시에서 장사를 배우다 / 김영호 |
반면 이케아는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결은 뭘까? 이케아 가구는 소비자가 직접 가구를 설치하고 조립하는 DIY 제품으로 유명하다. 미국 매장에서도 DIY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시공과 배달 서비스도 제공한다. DIY보다는 완제품을 설치해 주는 데 익숙한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철저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케아는 중국에서 음식과 맥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중국인들의 유명한 음식 사랑에 착안해 매장 내 카페테리아에서 질 좋은 음식을 상당히 싼값으로 제공한다. 이케아는 2006년 이케아 푸드 서비스를 설립해 식품 사업에 뛰어들었고, 2011년 식품 사업 부문에서만 13억 유로(1조 7천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세계의 도시에서 장사를 배우다'는 유통 트렌드 전문가인 저자가 뉴욕, 런던, 도쿄, 상하이, LA 등 세계적으로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핫 시티' 22곳에서 발견한 비즈니스 트렌드와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대도시에서 오랫동안 버텨 내는 가게들의 장사 수완과 비즈니스 전략을 포착했다. 거리, 뒷골목, 쇼핑가, 시장을 직접 찾아가 생생한 현장과 풍물을 소개한다.
유럽 동네 슈퍼마켓 트렌드 분석 사례의 하나로 스위스에서 미그로(Migros)나 코프(Coop)와 같은 생활협동조합이 발달한 이유도 흥미롭다. 미그로는 스위스 최대 소매기업으로 조합원만 200만 명이다. 스위스 인구가 700만 명이니 스위스 국민 3~4명 중 1명은 미그로 조합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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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생협 미그로 매장. 부키 제공 |
코프 조합원은 미그로보다 많은 250만 명이다. 수도 베른에서부터 알프스 산골짜기까지 미그로나 코프 매장이 없는 곳이 없다. 미그로와 코프는 스위스 GDP의 8%를 창출해 낸다. 스위스에서 이처럼 생협이 발달한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소비와 생활에 관심을 두고 참여한다는 의미다. 미국이나 신흥 경제국들보다 전통적인 가치관과 삶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는 문화와 관련 있다.
일본 요코하마의 아카렌가 창고와 미국 뉴욕의 첼시마켓은 '낡음'과 '추억'을 마케팅에 적용한 사례다. 아카렌가 창고는 1911년에 세워졌다. 과거 부두와 철도역, 조선소가 모여 있던 미나토미라이 21 부지에 화물 보관용 창고로 지은 건물이다. 1970년대 항구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이 일대는 쇠락했다. 요코하마 시는 '100년 역사의 상징'이라는 판단 아래 1992년 이를 매입해 개·보수 작업에 들어갔고 2002년 문화 공간 겸 상업 건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연간 4천만 명이 찾는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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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의 100년 된 건물인 '아카렌가' 창고. 부키 제공 |
뉴욕의 첼시 마켓도 원래 비스킷 공장 건물이었다. 공장 이전으로 비게 된 건물을 뉴욕 시에서 리모델링했다. 먹거리 가게, 유명 빵집 등 전통 시장 상인들이 입점해 장사하는 첼시 마켓은 뉴욕 맨해튼 남부의 주요 관광 명소다.
저자는 "세상의 흐름을 남보다 빨리 읽는 것보다 제대로 해석하는 힘이 더 중요하다"며 "참신한 발상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충격의 가치를 이해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영호 지음/부키/336쪽/1만 5천8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