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잃은 시민, 성인 발달장애인] ⑥ 발달장애인의 천국 미국, 일본, 호주
장애인 서비스는 국가 책임… 개인 특성 고려한 '맞춤 지원'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일찍부터 발달장애인 관련법을 만들어 장애인 개인 특성에 맞는 지원을 전 생애에 걸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일부 저소득층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담을 가족이 떠맡고 있다.
미국, 다양한 지역기관 활용
일본, 가족에 대한 지원 강조
호주, 재정·가사까지 도움
■미국=미국은 1960년대에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을 연방법으로 제정,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세부 내용을 명시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천국'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주는 1977년 '랜터만 법'을 만든 뒤 주정부 산하 발달장애국의 재정 지원을 받는 지역센터 21개를 설치했다. 연방정부에서 지원하는 소득 및 의료보장액을 제외하고도 지역센터들이 지원하는 서비스 규모만 연간 5조 원으로 1인당 2천만 원이 넘는다.
지역센터는 발달장애인의 서비스 수급 적격심사를 한 뒤 적격자로 판명되면 평생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들은 다른 서비스 기관들과 계약을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가족휴식 지원, 고용 프로그램 운영, 교육기회 제공 등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샌디에이고지역센터(SDRC)는 480명의 직원이 2만 2천 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하고 있다. 연간 예산은 2억 8천500만 달러(약 3천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SDRC은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 모두를 담당하지는 않는다. 댄 클라크 SDRC 센터장은 "우리의 주요 목표는 발달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 지역기관들을 통해서도 서비스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SDRC 서비스를 위해 2천100여 개의 지역기관이 등록돼 있으며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정된다. SDRC는 꼭 필요하지만 다른 기관에서 제공하기 힘든 고용지원이나 위탁, 주거시설 입소, 영아 프로그램, 행동훈련 등 서비스를 담당한다.
■일본=1960년 지적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한 일본은 이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쳐 2004년 발달장애인지원법을 만들어 발달장애인에 대한 복지를 구체화했다. 일본의 관련법은 국가 및 지자체의 지원의무와 체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발달장애인들은 전 생애에 걸쳐 교육적 배려는 물론 자립생활에 필요한 훈련을 받을 수 있고 그룹홈 등 주거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전국에 64개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원센터는 발달장애인의 개별 특성에 맞는 지원을 위해 의료와 보건, 복지, 교육, 노동 등 각계 기관들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는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상담과 취업 알선도 지원한다.
2003년 4월 기타큐슈에서 문을 연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날개(つばさ)'는 개소 이래 2천여 명의 발달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센터는 부모회 육성, 관련 전문가 세미나 등도 개최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일조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발달장애인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다. 발달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당사자와 가족을 상담하고 도와주는 가정제휴와 방문지원 등의 서비스가 있다. 또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에게 매년 물가에 연동해 특별 부양수당을 지급한다.
■호주=호주의 경우 빅토리아 주를 제외하고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별도 지원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1986년 입법된 장애서비스법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고 지역사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주의 발달장애인 정책은 장애인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호주는 발달장애인이 있는 가정에 돌봄급여, 장애인 가족 지원금 등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도우미가 발달장애인의 가정을 방문해 주 부양자를 대신해 일시적으로 장애인을 돌봐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친 발달장애인 가족을 대신해 가사를 돌봐주는 휴식보호 서비스도 지원한다.
부산복지개발원 박주홍 박사는 "일부 선진국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수급을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고, 장애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특성에 맞는 개별 지원을 해 주는 것이 공통점이다"고 말했다.
박진국·박진숙 기자 tr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