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나는 땅이 될 것이다 / 이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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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스승 이오덕의 '민낯' 일기

아동문학가, 교사, 시인, 교육사상가, 우리말 운동가 이오덕. 그가 42년간 쓴 98권의 일기가 한 권으로 묶였다. 책에는 남의 일기를 엿본다는 묘한(?) 즐거움도 경천동지할 만한 비화도 없다. 대신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우리 시대 한 스승의 기록이 담겨 있다.

1부는 산골 아이들의 얘기, 2부는 '권력'으로 변한 아동문학계 비판, 3부는 암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울고 웃는 선생의 마지막 모습이 들어 있다.

꼿꼿한 선비의 대쪽 같은 기록의 나열이지만 장삼이사의 삶과 별다를 게 없는 선생의 '민낯' 일상도 고스란히 담겼다. 학교발전기금을 못 내는 아이들을 다그치는 자신이 한탄스러워 "너희는 커서 선생질하지 마라"는 대목에선 자괴감에 사로잡힌 지식인의 비애감이 읽힌다. 죽음이 다가오자 "아직도 오늘 하루 내 인생은 많이 남았다"며 가족을 위로할 땐 평범한 아버지의 인간미가 느껴진다. 책 사이 삽입된 빛바랜 사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자기 삶은 모든 사람의 삶에 이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일을 산 사람. 그의 일기는 위안이자 성찰이며 깨친 자의 철학으로 다가온다. 이오덕 지음/양철북/416쪽/1만 3천 원. 전대식 기자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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