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구경꾼'이 되어 버린 대학생
지난 14일 오후 부산대학교 넉넉한터에 설치된 무대 앞에서 학생들이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있다. 이대진 기자 djrhee@5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대학축제 시즌이 시작됐다. 하지만 참여 유도를 빌미로 한 인기 연예인 섭외가 대학 축제의 주류를 이루면서, 대학축제가 갈수록 연성화·상업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있고 이에대한 학내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가수 콘서트장으로 변질
섭외비 부담에 기업과 제휴
참여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상업화 놓고 학내 논란까지
대학축제가 인기 가수의 콘서트장으로 변질한 지 오래다. 대학가의 취업난에 각종 동아리와 학술제가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축제를 구성하는 프로그램도 자연스레 초대 가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학교에 찾아오는 연예인을 구경하고, 주점을 차려 먹고 마시는 게 대학 축제 문화의 전부가 되어버린 실정이다.
부산 D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대학축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율"이라면서 "유명 연예인 섭외는 축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연예인 섭외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학교에 기업은 '연예인 초청공연'으로 구애 공세를 벌이며 대학축제를 마케팅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젊음'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데다, 다양한 이색 행사를 통해 미래 잠재고객인 대학생들에게 한 발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이 기업 제휴를 통해 연예인을 섭외하면서 대학축제가 광고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비맥주는 오는 22일까지 전국 6개 지역 10개 대학에서 '카스 콘서트'를 열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14일 부산대에 이어 오는 19일에는 경성대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부산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축제에 대한 평가는 연예인 초청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며 "축제 구성을 다양하게 하더라도 늘 연예인이 없다는 이유로 축제가 재미없다는 여론이 많아, 올해는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스 콘서트'를 둘러싸고 학내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부산대생 박 모(25) 씨는 "학교 축제가 부산에서도 재미없기로 소문날 정도인데, 이번 축제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와서 즐거웠다"며 만족했다. 반면 "여러 가수를 부르기 위해 기업의 상업적 지원을 받는 건 학교 축제의 정체성을 흔드는 처사"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의미 있는 행사를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부산대 등 대부분의 대학축제들이 아이돌 초청 콘서트 외에 다양한 자체 콘텐츠를 내세웠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부산대 학보 부대신문이 부산대생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축제 프로그램 중 가장 기대되는 행사'에 '초청가수 공연'을 선택한 인원은 무려 216명(54%)에 달했다. '과에서 여는 주막'이 88명(22%)으로 그 뒤를 이었고, 나머지 자체 행사들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