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만 갈치 선상 루어낚시] 손이 느낀 입질, 걸어 올리니 승천하는 화려한 '은빛'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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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채 지기도 전에 갈치가 나왔다. 승천하는 용처름 용틀임하는 갈치.

해가 채 지기도 전에 갈치가 나왔다. 승천하는 용처름 용틀임하는 갈치. 해가 채 지기도 전에 갈치가 나왔다. 승천하는 용처름 용틀임하는 갈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꼽는다면 아마 남들은 먹어보지 못했고 나만 먹어 본 진귀한 것일 수도 있다. 갈치낚시가 즐거운 이유는 평소 먹지 못하는 싱싱한 생갈치 회를 즉석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 잔잔한 밤바다에서 끝없는 어둠을 바라보며 채비를 던지면 오직 손에 전해지는 느낌으로 갈치는 입질을 알린다. 루어낚시의 장점은 물고기의 방문을 눈보다 손이 먼저 느낀다는 것. 천혜의 포인트인 진해만에서 선상 갈치 루어낚시를 했다.



■저녁에 떠나는 배

진해만의 갈치 낚시는 저녁 7시에 시작된다. 휴일, 평일 할 것 없이 날씨만 괜찮다면 매일 출조를 하기에 퇴근 후 배를 타는 직장인도 많다. 진해 대성낚시(055-543-0555)가 운영하는 '여명호'(선장 유형식)를 속천항에서 탔다. 평일인데도 22명이 타는 10t급 배는 거의 만석이었다.


요맘때 진해는 갈치의 바다다. 줄잡아 100여 척의 배들이 갈치잡이에 나서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아무래도 내만에서 잡히는 갈치이다 보니 크기는 2지(二指·손가락 두 개 굵기)에서 3지 정도. 갈치는 길이로 크기를 말하기가 힘들다. 갈치 새끼인 풀치라도 20㎝가 훌쩍 넘는다. 보통의 물고기는 주둥이에서 꼬리 끝까지 잰 길이로 크기를 가름한다. 30㎝가 넘는 붕어를 월척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명호 선상에서 진해만을 환하게 밝힌 갈치 낚싯배들을 배경으로 낚시하고 있다. 여명호 선상에서 진해만을 환하게 밝힌 갈치 낚싯배들을 배경으로 낚시하고 있다.

낚시인들은 갈치의 등과 배 사이의 높이를 손가락으로 가늠해 크기를 판단하지만, 해양수산부는 항문장을 기준으로 한다. 항문장이란 갈치 주둥이에서부터 항문까지의 길이다. 이렇게 재면 갈치의 길이가 몸 전체 길이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해양부는 항문장 18㎝ 이하의 풀치를 잡지 못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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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낚시를 한 일본인 오다지마 유 씨(왼쪽)와 한국조구협회 김선관 회장. 루어낚시를 한 일본인 오다지마 유 씨(왼쪽)와 한국조구협회 김선관 회장.

"히트!" "히트!" 이물에 자리 잡은 한국조구경영자협회 김선관 회장과 일본 조구업체 야마리아 한국 담당 매니저 오다지마 유 씨가 연달아 갈치를 루어 낚시로 걸어냈다. 은빛이 화려한 2지급이었다.

기자는 아직 채비도 하기 전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이날 선상용 낚싯대 테스트도 해 볼 겸 새로운 장비를 들고 갔는데 웜을 단 지그헤드 형 루어 하나만 운영하는 루어 낚시는 캐스팅과 릴링 두 동작만 이루어지니 군더더기가 없었다. 진해만의 갈치낚시도 꽁치살을 미끼로 하는 생미끼 낚시에서 점차 루어낚시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잘 운용하면 루어의 조과가 더 낫기에 그렇다.

유형식 선장이 맛깔스럽게 장만한 갈치회. 유형식 선장이 맛깔스럽게 장만한 갈치회.

그 사이 모두들 부지런히 갈치를 잡아냈다. 대구에서 왔다는 부부 조사도 이맘때면 자주 진해를 찾는다고 했다. 생미끼 채비만 썼는데 아무래도 입질이 드문드문했다.

40년 만에 처음 배낚시를 한다는 한국조구협회 회원인 모자 제조업체 지넥스 김진수 대표는 기자의 옆자리에 앉아 생미끼 채비를 하느라 동분서주했다. 김 대표는 멀미를 심하게 하기에 배낚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진해만은 평상시에는 파도가 거의 없어 호수처럼 잔잔하니 불편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조과가 없는 것이었다.

손이 빠르고 실력이 좋은 사람은 하룻밤 세자릿수는 거뜬히 잡는다. 당일 한 사람이 낚은 갈치. 손이 빠르고 실력이 좋은 사람은 하룻밤 세자릿수는 거뜬히 잡는다. 당일 한 사람이 낚은 갈치.

갑자기 유 선장이 뜰채를 들고 나타났다. 가만히 보니 수면에 집어등을 쫓아온 호래기가 무리 지어 다녔다. 그물이 촘촘한 뜰채로 잽싸게 뜨니 호래기가 잡혔다. 갈치 미끼로 특효라고 했다.

지넥스 김 대표도 뜰채를 빌리더니 호래기를 제법 잡았다. 식당을 하는 김 사장이 생호래기를 입에 넣어주었다. 짭조름한 것이 맛났다.


■유령이 나타났다

적조와 쓰레기가 몰리면서 입질이 뜸해지자 선장이 포인트를 옮겼다. 자정을 넘기니 졸음이 몰려왔다. 그런데 호래기를 미끼로 쓰니 갈치가 곧잘 물었다. 그곳에서 나는 제철 생미끼이니 갈치가 마다할 리 없었다. 갈치는 호래기를 사냥하러 모여드는 모양이었다.

장비를 가져오지 않아 취재만 하던 월간 바다낚시 남상출 편집장은 지넥스 김 대표가 세워둔 낡은 루어 낚싯대를 들고 낚시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은 입질이 뜸한 데도 남 편집장은 잘도 잡아냈다. 오랜 낚시 현장 취재 경험이 곧 실력이었다. 그는 대학에 낚시 관련 강의도 하는 '문무'를 갖춘 낚시인이었다. 다양한 액션을 주어 갈치를 끌어내는 데 어느새 식당 사장이 가져온 아이스박스가 갈치로 그득했다.

유 선장이 야식을 먹자며 불렀다. 깔끔하게 손질된 갈치회와, 그것이 들어가 시원한 물회가 나왔다.

이런저런 갈치 낚싯배에서 저마다 손님들에게 갈치 물회를 내어놓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육수가 만만찮다고 한다. 육수를 만들어 공급하는 진해 식품업체도 낚시 산업이 성황이니 덩달아 살아난다고 남 편집장이 알려주었다. 호래기가 갈치를 먹여 살리고, 갈치는 낚시인을, 낚시인은 선장을, 선장은 식품업체를 도와주는 착한 먹이사슬이 유지되고 있다.

여러 사람이 갈치를 보태 젓갈 담을 만큼의 물량이 확보됐다. 잡는 일이 능숙해지니 그 또한 시들했다. 많이 잡아도 처치 곤란이다. 그래도 한 마리라도 더 잡겠다는 본능을 따라 졸음을 떨치고 계속 낚시를 했다.

갈치는 배 주변에 많이 모였는데 꼭 잘 물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채비를 천천히 감으니 물밑에서 시커먼 갈치 머리가 유령처럼 쑥 솟아났다. 갈치는 서서 헤엄친다. 엎드려 헤엄치지 않고 '직립보행'하는 지조 있는(?) 물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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