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알고 마십시다] 술~술~ 넘어가는 술 이야기 "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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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술이 어디서 나온 말인지 아시는지요. '술술' 잘 넘어간다고 해서 술 아닌가? 의성어 '술술'에서 나왔다는 것도 어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 중의 하나입니다.

몇 가지 설 중에 하나는 술이 빚어지는 과정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술은 쌀을 쪄서 차게 식힌 뒤 여기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켜 만듭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물이 끓어오르듯 부글부글 거품이 일어납니다.

이 현상을 보고 마치 물에서 난데없이 불이 붙는다는 뜻으로 '수불'이라 하였습니다. 수불>수울>수을>술로 변하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의 묘약입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아이를 빨리 갖게 하려고 신혼부부의 외부 출입을 금지하고 벌꿀(honey) 술을 넣어 주며 한 달(moon) 동안 마시게 했답니다. 여기서 '허니문(honeymoon)'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는군요. 우리나라 전통혼례에도 합환주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문헌에서 술은 '제왕운기'의 동명성왕 건국 이야기에 최초로 등장합니다.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청하(압록강)의 연못가에서 하백의 세 자매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신하를 시켜 가까이하려고 하였으나 그들이 응하지 않았다. 해모수는 그 뒤 웅장한 궁궐을 짓고 이들을 초청하여 미리 준비한 술로 취하게 한 다음 수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세 처녀 중 유화와 인연을 맺어 주몽을 낳았다." 남녀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하늘이나 땅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술은 왜 마시는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나 변명(?)이 있겠지만 역시 첫 번째로 허물없는 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플라톤의 작품 '향연'의 원제이기도 한 '심포지엄'이라는 말은 오늘날에는 좌담회, 토론회의 뜻으로 쓰입니다.

하지만 원래는 그리스어인 '심포지아(symposia, 함께 술을 마시다)'에서 유래되었답니다. 그리스인들은 식사 후 술을 마시며 학문, 사상, 음악, 미술 등에 대해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었다는군요.

커버스토리 사진으로 조선 후기 풍속 화가 신윤복의 작품 '주사거배(酒肆擧盃)'를 골랐습니다. 우리나라 회화 작품 중 선술집을 묘사한 유일한 그림입니다.

추석이 내일모레로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정겨운 대화 나누시라고 맛있는 술 이야기와 우리 술로 만들어 먹는 다양한 칵테일 레시피를 올립니다. 추석 잘 보내십시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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