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20대를 앞두고 연애를 꿈꾸다 (인터뷰)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평범한 열여덟 학생에서 하루아침에 전쟁터로 던져진 영광. 총도 제대로 겨눌 줄 모르고, 탱크 조작도 책으로만 배웠다. 전쟁터가 낯설기만 하고, 당연히 어리바리한 행동의 연속이다. 어떻게든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최대 목표다.
영화 '서부전선'에서 여진구가 연기한 영광의 모습이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 '화이' 등 전작들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를 봤을 때 영광의 모습은 분명 낯설다. 하지만 영광이 가장 자신과 비슷한 인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진구는 비에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 가장 비슷하다"며 "그래서 영광이 끌렸다"고 설명했다. 또 "평상시 똑 부러지는 성격은 아니다. 영광처럼 어리바리한 것 같다"며 "의욕은 불타지만, 행동이 잘 안 따라주는, 그런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서부전선'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영광의 모습 때문이다. 그는 "전쟁영화는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서부전선'은 에너지도 밝고, 인간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며 "무엇보다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란 점에 끌렸다. 순진무구한 한 소년이 보였고, 영광이란 캐릭터에 많이 끌렸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예전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중저음의 목소리, 성숙한 외모 그리고 차분한 모습까지, 여진구에 대한 기억이다. 밝은 캐릭터가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득 품은 탓인지 이번에는 또래 학생 같은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그는 "이번 작품을 이야기하다 보면 재밌는 기억이 많이 떠오른다"며 "물론 고민은 많았지만, 그런 것을 떠안고 가는 것보다 훌훌 털면서 동물적인 본능에 맡겨서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도, 연기 톤도 예전과는 달랐다. 현장에서도 고민을 잠시 내려놨다. '서부전선' 영광은 그래야만 했다. 그렇게 내려놓은 게 도움됐고, 이를 통해 많을 것을 배웠다.
여진구는 "현장 가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편하게 촬영했다"며 "현장감을 살리고 싶기도 했고, 군대 경험이 없으므로 극 중 영광과 비슷할 것 같았다. 투박해 보일지라도 그게 더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 "전작들의 감정선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어찌 됐던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게 해봤다"며 "예전에는 만든 느낌이라면, 이번엔 입은 느낌이다. 앞으로는 그 두 가지 방법을 섞어 하면 좋을 것 같다.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웃었다. 
설경구와의 호흡도 중요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전쟁보다는 설경구 여진구, 두 배우의 티격태격 대결이 안기는 웃음이 주된 매력이다. 나이 차가 많은 대선배와 자연스럽게 티격태격 호흡을 맞춘다는 게 후배 입장에서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는 "대선배니까 당연히 잘 해주시겠지 하면서도 어느 정도 막막함은 있었다"며 "처음 선배님 뵀을 때부터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고 고마움을 돌렸다.
10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그의 생각도 잠시 엿들을 수 있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없었던 10대의 아쉬움이 생겼다고. 그는 "평범한 여진구든, 배우 여진구로든 마지막 10대가 아쉽게 느껴진다"며 "또 청춘이지 않나. 이게 지나가는 게 아쉽기도 하다"고 심리를 공개했다.
물론 또래 친구들과 다른 점은 확고한 자신의 길을 이미 찾았다는 것. '연기'에 대한 만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여진구는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게 많았고, 연기도 그중 하나였다"며 "제대로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건 중학교 때 '자이언트' 하면서다. 처음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확고한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올 초 여진구는 10대 마지막, 또래들이 할 수 있는 하이틴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리고 올여름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통해 이를 이뤘다. 또 이 작품에서 멜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제 성인을 앞둔 만큼 연애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여진구는 "직접적인 경험은 없는데, 간접적으로 해도 달콤하더라"며 "연기지만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실제로 설렌다. 그런 느낌을 받으니까 한번 연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연애를 하게 되면 모르겠는데 평상시 무뚝뚝해서 감정 표현은 잘 하지 않는 편이고, 애정표현은 더더욱 못 한다"며 "예전에는 여자 친구의 필요성도, 연애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는데 요즘은 궁금하다"고 수줍은 웃음을 띠었다.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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