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광장] 대학가 '여성 생리공결제도'는 결석 자유이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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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이 생리를 사유로 작성한 공결허가서. 안혜진 시민기자 제공

일부 대학에서 여학생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생리공결제도가 취지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사용으로 남녀역차별의 근거가 되고 있다.

생리공결제도는 생리하는 여학생들이 매달 한 차례 생리통이 가장 심한 날에 공식적으로 결석할 수 있게 처리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현재 동아대, 부산대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동아대는 지난 2004년 처음 이 제도를 도입했다. 생리공결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당시 총여학생회는 생리공결제도 도입 이유에 대해 "생리는 모든 여성이 함께 겪는 사회적 현상"이라며 "생리로 인해 불편을 겪는다면 혼자서 감수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보완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생리공결제도는 여학생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실상은 달랐다. 제도 취지에 맞게 사용하는 여학생은 드물었고 대체로 다른 이유로 많이 사용했다. 한 여학생은 "피곤해서 늦잠 잔 날이나 술 먹고 다음 날에 학교 가기 힘들 때 생리공결제도를 많이 이용했다"며 "진짜 생리통 때문에 사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대체로 학교 가기 싫을 때 사용한다"고 말했다.

한 언론에서도 대학가 생리공결제도가 올바르게 시행되는지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학생들이 생리통으로 인해 공결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친구와의 약속', '술자리 이후의 피로함' 등 이유로 생리공결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생리공결제도는 실효성뿐만 아니라 남녀 역차별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남학생이 공식적으로 공결을 쓸 수 있는 경우는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나 취업을 위한 기업체 면접 참가 등 극소수뿐이다. 일부 남학생들은 생리공결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대학생 이지훈(21) 씨는 "남학생은 피곤해서 결석하면 그냥 무단결석"이라며 "생리공결제도가 남녀차별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교육부 발표로 공식적으로 도입된 생리공결제도는 10년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취지에 맞지 않는 제도 남용으로 일부 대학은 생리공결제도를 폐지하기도 했다. 또 학교의 공식적인 제도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재량에 맡겨져 사용해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대학생 박상은(23) 씨는 "진짜 아파서 생리공결제도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며 "생리공결제도에 대한 의식 개선이 필요하고 제도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혜진 시민기자

동아대 영어영문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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