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비만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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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립보건원은 최근 비만이 야기하는 10대 질환을 발표했다.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혈중지질 농도 이상, 각종 암, 생식기능 이상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얘기이다. 비만 척도로는 전 세계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쓰인다.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이다. 예컨대 키 170㎝에 몸무게 75㎏이라면, 체질량지수는 75÷(1.70×1.70)으로 계산해서 25.9가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MI 18.5~24.5를 정상체중으로 본다. WHO는 지난 1996년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근래 들어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와 관심을 끈다.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 현상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팀은 지난 10월 2002~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포함된 30세 이상 100만 명을 대상으로 질병과 건강 행태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과체중(BMI 23~24.9)인 사람들의 사망 위험률을 1로 봤을 때 중등도비만(BMI 25~26.4)의 사망 위험률은 0.86에 머문 반면 저체중(BMI 18.5 미만)은 그 위험률이 2.24나 된다는 게 요지다.

어제 또 하나의 '비만의 역설'이 발표됐다. 한국뇌졸중재활코호트연구단(KOSCO)은 국내 9개 대학병원에서 2012년 1월~2014년 6월 급성 허혈성 뇌졸중을 진단 받은 18세 이상 성인 남녀 2천57명을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 그룹에서 뚱뚱할수록 일상생활 회복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만이 건강에 유리하게 나타나는 것은 지방이 적당량 있어야 좋은 면역세포가 만들어지고 외부 저항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노인에게 근육과 지방은 치명적인 질환들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

물론 '비만의 역설'이 '뚱뚱해야 건강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다만 마른 몸집보다는 적당히 살집 있는 몸이 건강 유지에 유리하다는 사실은 부분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과도한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는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만사가 그렇듯이 건강에도 왕도가 있겠는가. 적당한 식사와 적당한 운동과 적당한 휴식 즉, 생활의 중도를 견지하는 수밖에. 윤현주 논설위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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