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 통해 민간 외교 활성화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일본인 에스페란티스토 우스이 히로유키 씨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청년들이 에스페란토를 통해 언어 장벽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스이 히로유키(48) 중국보도사 에스페란토부 편집자는 지난달 26~28일 부산 해운대 바다풍경펜션에서 열린 '제34차 한·중·일·베트남 에스페란토 공동세미나'에 참가했다.

日 공무원서 中 언론인 '변신'
온라인 잡지 '중국보도사' 편집
"한국어·영어 기사도 제공"
'4국 세미나' 참석차 부산 찾아

이 세미나는 1982년 시작돼 한국과 일본이 매년 번갈아가면서 열었다. 최근 중국과 베트남이 합류했다. 이번 세미나 참가자 80여 명 가운데 우스이 씨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일본 와세다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 시 수키나미 구에서 1991년부터 2012년까지 공무원으로 일했다. 2012년 공무원을 명퇴하고 중국 베이징 중국보도사 에스페란토부 편집자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보도사는 중국 외문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온라인 잡지 매체로 한국어, 영어, 에스페란토 기사를 제공한다. 그는 에스페란토 기사를 교정·편집한다.

"기회가 되면 중국에서 일하려던 차에 인터넷에서 중국보도사 외국인 편집자 모집 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에스페란토 입문 30년을 맞아 에스페란토를 국제적으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경 없는 청년들의 솔직한 담화, 동래학춤 배우기, 각국 문화 체험, 전통 요리대회 등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소통 언어는 당연히 에스페란토였다.

"외국인이 한국어나 중국어를 배운다면 한국과 중국이란 틀만 보게 되죠. 하지만 에스페란토를 배우면 에스페란토를 사용하는 한국인과 중국인을 만날 수 있어요. 국가에 대한 편견 없이 더 넓은 시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죠."

그는 2013년 세계에스페란토 학술원 회원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47명만 회원이다. 세계에스페란토협회 회원이 2만 명임을 고려하면 소수 정예다. 학술원 회원 자격은 에스페란토 관련 다수의 저서를 보유해야 한다. 학술원은 신조어를 에스페란토로 만들고 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에스페란토는 1887년 폴란드 안과의사인 자멘호프 박사가 창안한 국제어다. 그가 말하는 에스페란토의 장점.

"라틴어가 어근이어서 발음이 아름답죠. 동사 활용이 규칙적이어서 논리적입니다. 주어, 목적어, 동사 위치를 바꿔 말해도 됩니다. 문법도 간단해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는 중국 베이징에서 에스페란토 강사로도 나서면서 일본과 중국의 민간 교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년 전 일본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중국 세미나에 오기 전 국민 감정 등으로 걱정했죠. 하지만 중국 측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서 놀랐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국, 중국, 일본은 에스페란토를 매개로 편견 없이 우정을 나누고 평화와 공존을 가꿔갈 수 있다고 봅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