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문화마을 돈 내고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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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 입장료 징수 추진… 주민 지원키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6일 오후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조형물과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한 해 관광객 130만 명이 찾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에 대한 유료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실화된다면 전국 도심재생사업 마을 중 첫 사례가 되지만, 관광객의 반발과 감소 등 부작용도 우려돼 논란이 예상된다.

부산 사하구청은 올해 초 감천문화마을 상인회와 감천문화마을 협의체 등에 감천문화마을 유료화에 따른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담당 부서인 창조도시기획단도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등 타 지역 마을 유료화 사례 수집에 들어갔다.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른 감천문화마을에 입장료를 거둬도 될지를 놓고 기초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사하구, 입장료 징수 추진
'몸살' 앓는 주민 지원키로
관광객 반발 등 부작용 우려


관할 지자체인 사하구청이 이 같은 기초조사를 진행한 뒤 유료화 의지를 굳히기만 하면 감천문화마을 유료화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주민을 상대로 한 의견 수렴과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의 절차는 거칠 예정이다.

사하구청은 다음 달 초 주민대표단체, 구청 실무진 등으로 이뤄진 답사단을 구성하고 경주 양동마을 등에 대한 현장답사를 진행한 후 유료화 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구청은 타 지역 유료화 마을과 비슷한 수준인 2천 원대에서 입장료를 거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료화 추진에 나선 것은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 회복을 위해서다. 감천문화마을에는 지난해 1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으며 4천 가구 규모의 마을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다. 유료화 수익금 전액을 마을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쓴다면 불편에 대한 보상에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난관도 적지 않다. 계단식으로 마을이 위치해 진입로가 수십 개에 이르는데다 특정 구역만 유료화 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문화재나 관광지가 아닌 마을을 돈을 내고 구경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도심재생 전문가는 "산복도로와 흰여울마을 등 떠오르는 도심재생 관광지들의 본보기 격인 감천문화마을이 유료화 마을로 전환된다면 도심재생사업의 궁극적 결론이 유료화로 인식될 소지가 있어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훈 사하구청장은 "여론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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