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인프라 구축 '지지부진'] 보행덱 없어 '6분 거리 부산역' 버스로 30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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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과 부산역 사이 보행덱 설치가 늦어지면서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위는 지난 18일 오후 국제여객터미널 앞에서 이용객들이 부산역으로 가는 순환버스에 오르는 모습 김경현 기자 view@

지난해 부산 북항 재개발지역에 가장 먼저 문을 연 동구 초량동 새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보행덱이나 환승센터 같은 인프라가 덜 갖춰진 탓에 이곳은 1년 가까이 '외딴 섬'처럼 방치돼 있다.

도심과 연결하는 대중교통편이 부족한 데다가 도로 위를 위험천만하게 걸어서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 이용객들은 불편을 호소하기 일쑤다. 부산역에서부터 현재 개발 사업자를 공모 중인 환승센터를 거쳐 여객터미널까지 이어지는 보행덱과 연결통로가 하루빨리 설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 관문 국제여객터미널
도심 연결로 없어 이용 불편

30분 간격 운행 순환버스도
자리 없어 탔다 내리기 일쑤
위험한 도로 위 횡단도 연출

연결 보행덱 설치 서두르고
주변 건물 연결성 고려해야

■6~7분 거리, 차 타고 돌아 30분


지난 17일 낮 12시 20분께 국제여객터미널 2층 입국장. 출입국 심사장을 빠져나온 관광객들이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순환버스와 택시 승강장으로 향한다. 미니버스 크기의 순환버스는 순식간에 모든 좌석이 들어찬다. 외국인 관광객 2명이 올라탔다 빈 좌석이 없자 다시 하차한다. 탑승한 지 10여 분이 지났지만 버스는 요지부동이다. 손님들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서다.

20분을 기다려 순환버스가 드디어 여객터미널을 출발한다. 바로 옆 택시승강장에는 택시를 기다리는 관광객 20여 명이 줄지어 서 있다. 순환버스의 첫 정류장은 '부산역 후문'. 하지만 버스는 정류장보다 50m 앞서 정차한다. 주차장 출구쪽, 위험한 도로 위로 짐가방을 든 10여 명의 승객들이 위태롭게 내려선다. 이들이 부산역 대합실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 50분. 걸어서 6~7분 거리를 버스로 30분이나 걸린 셈이다. 예재진(30·여·부산진구 개금동) 씨는 "언제 출발하는지 안내방송도 없이 순환버스 안에서 오래 기다리느라 너무 불편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순환버스는 현재 국제여객터미널과 시내를 연결하는 유일한 대중교통편이지만 30분 간격으로 하루 20여 차례 운행하는 게 전부다. 10~20분씩 기다리기 일쑤다. 이 때문에 일부 여행객들은 재개발 예정 부지인 나대지를 가로질러 부산역과 여객터미널 사이를 도보로 오가기도 한다.

실제로 이날 한 시간 동안 십수 명의 여행객들이 짐가방을 끌고 제대로 정비가 안 된 인도와 도로 위를 지나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안동규(18·대전 관저고 2년) 군은 "딱히 교통편을 몰라 부산역에서 여객터미널까지 걸어서 이동했는데, 횡단보도 신호등이 작동 안 해 위험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보행덱 조감도.
■1단계는 설계 중, 2단계는 하세월

앞서 새 국제여객터미널 개장 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여객터미널과 부산역을 연결하는 대규모 보행덱 설치 계획이 마련됐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그동안 예산 확보가 되지 못했다. 행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면 터미널 개장과 동시에 보행덱이 설치됐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무관심으로 이용객의 불편만 가중된 꼴이다.

다행히 부산항만공사(BPA)가 사업비 1000억 원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올해 3월 실시설계가 시작됐지만 계약상 내년 1월께나 설계가 나올 전망이다. 부산해양수산청은 가능한 한 올해 말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공사를 발주해, 내년 말까지 보행덱 1단계 구간(부산역~복합환승센터)부터 우선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BPA 정현돈 재개발사업단장은 "이동 불편을 호소하는 여론이 많아, 설계안이 확정되는 대로 곧바로 착공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연결 보행덱'이 북항재개발지역과 도심을 잇는 핵심시설인 만큼 주변 건물과의 연결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합환승센터와 국제여객터미널 등 주변 건물을 연결하는 2단계 보행덱의 경우 당초 육교 형태(공중)의 BPA 기본계획안과 달리 연결성이 떨어지는 '지상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해양수산청 부산항건설사업소 최명용 소장은 "원활한 교통 흐름을 고려하면 지상으로 연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견해도 있어 공중안과 지상안을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단계 구간은 사업진행 경과를 봐서 착공 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환승센터 개발사업이 계속 지연되면, 그만큼 2단계 덱 구간의 완성도 늦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BPA 관계자는 "1단계 보행덱이 완공된 후에도 환승센터가 문을 열지 않으면, 국제여객터미널 이용객들은 한동안 지상을 걸어서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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