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부산 청춘들] 7. 북유럽의 대안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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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컨' 1인 하우스, 부산 청년 주거 문제 해법 될 수도

라자르테가 입주한 청년 아파트의 내부 모습. 특별취재팀

대도시의 비싼 임대료가 힘겨운 청년들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스웨덴은 청년 아파트 공급 정책에서 청년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배려와 차별 없는 시스템으로 신뢰를 쌓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선 컨테이너를 이용한 1인 하우스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었다.

■당신은 대기번호 21번

햇병아리 요리사 라자르테(24)는 아파트에 위치한 분리수거 통 위치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그는 지난 8월 스웨덴 후딩에(Huddinge)에 위치한 '청년 아파트'에 입주했다.

스웨덴

17세부터 주택 등록 신청
지자체 코뮌 직접 입주 관리
소득·결혼 아닌 신청순 배정

덴마크

헐값 사들인 '컨' 박스 고쳐
옛 조선소 땅에 단지 조성
이색 청년 주거사업 '눈길'


빨간색 외관이 눈에 띄는 신축 '청년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원룸 크기인 8평에서 15평 정도의 방 300여 개로 구성돼 있었다. 이곳은 스톡홀름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4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새로 만든 청년 주거 단지다. 스톡홀름 시가 민간 건설사와 계약해 운영하며 18세부터 25세까지만 입주가 가능하다.

외부 모습
라자르테가 청년 아파트에 입주하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 대학생들에게 학생보조금을 제공하는 청년복지강국 스웨덴이지만 이곳도 20대 청년이 대도시에서 집을 구하기는 쉽지는 않다. 코뮌(우리나라로 치면 '구'와 같은 행정 단위)에서 운영하는 청년아파트나 학생아파트가 아니면 월세도 비쌀 뿐더러 6개월간 아르바이트 내역을 증명해야 하는 등 입주 조건도 까다롭다.

라자르테는 지난 2년 동안은 여자 친구의 집에서 여자 친구 부모님과 함께 지냈다. 하지만 라자르테는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았다. 1년에 한 번씩 후딩에 코뮌에서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다. 코뮌에선 라자르테가 '청년 아파트 입주 대기번호'가 몇 번인지, 언제쯤이면 입주가 가능한지 정기적으로 알려줬다.

스웨덴의 청년들은 17살 때 학교에서 '주택 등록'을 신청한다. 이렇게 주택 등록에 가입한 뒤 1년에 2만~3만 원 정도의 등록비를 내면 청년들은 코뮌이 관리하는 입주 대기자 목록에 오른다. 코뮌 홈페이지에서 이름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내가 몇 번인지, 언제쯤 어느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17살 때 집에서 가출한 상태였다"는 라자르테는 "그때 만난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주택 등록부터 신청하라고 해서 여기서 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임대아파트나 행복주택이 소득이나 결혼 여부로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과 달리 스웨덴은 먼저 신청한 사람이 가장 먼저 배정받게 된다.

■빈 컨테이너의 변신
코펜하겐에 위치한 컨테이너 하우스 모습.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차로 30분. 조선소와 하청업체들이 있었던 공장지대에 다다르자 강 주변으로 컨테이너 2~3개가 보였다. 컨테이너를 집으로 바꾼 CPH 컨테이너스(Containers)를 시작한 프레드릭(32)은 컨테이너 하우스 3호에 샤워기를 달고 있었다. 정치학을 전공한 프레드릭이 경제학을 전공한 룸메이트와 창업한 CPH 컨테이너스는 8.6평 크기의 40피트컨테이너 1개를 거실이자 침실, 부엌, 샤워실로 3등분 해 1인 가구가 살아갈 공간을 만들어냈다.

"뉴스를 통해 한국도 조선·해운업이 위기라고 들었다"고 운을 뗀 프레드릭은 "5년 전쯤 덴마크에도 조선업과 해운업이 위기일 때가 있었다. 그때 머스크 사에서 기한이 다 된 컨테이너 박스를 헐값에 내놓은 것을 보고 저걸 이용해 청년 주거 타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3호까지 건설된 컨테이너 하우스는 빨강, 초록, 블랙 등 마치 이케아 매장처럼 테마별로 다른 느낌을 보였다. 컨테이너 내부 인테리어 비용은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사이. 400여 평의 부지 또한 과거 조선소 주차장으로 쓰던 벌판을 싼값에 임대했다.
코펜하겐에 위치한 컨테이너 하우스 모습.
프레드릭은 "10호까지 더 다양한 콘셉트로 만든 후에 청년들에게 한 달에 30여만 원가량의 싼값으로 임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CPH 컨테이너스는 아직 모델하우스도 다 지어지지 않았지만 미국 주 정부와 독일 등지에서 '우리 지역에도 비슷한 컨테이너 하우스를 설계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나 음료 회사 등 젊은 세대를 고객으로 하는 회사에서도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프레드릭은 "컨테이너스는 공유경제를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이냐"라는 기자의 물음에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기업가"라고 웃으며 "철저히 젊은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고려한 임대사업"이라고 말했다. -끝-

특별취재팀 s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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