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2. 클레버 멘도사 필루 '아쿠아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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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답고 가장 정치적인

클레버 멘도사 필루 감독의 '아쿠아리우스' 중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아쿠아리우스'는 항구도시 헤시피의 해변 풍경이 담긴 흑백사진들로 시작된다. 활기 찬 사람들의 모습으로부터 점점 더 멀리, 더 넓게, 더 높은 위치에서 찍힌 전경 사진들이 차례로 나열되는데 마지막은 거대한 도시를 부감으로 찍은 장면이다. 이런 앵글의 변화는 영화 중간에도 반복된다. 다른 게 있다면 한 쇼트에서 이어진다는 점이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진들과 달리 섬뜩하다는 것이다.

이 도입부와 비슷하게 운용되는 쇼트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주인공 클라라의 사소한 일상들을 기록하고, 그녀의 안정된 생활이 사회적 병폐 앞에 조금씩 위협받는 지점들을 포착하며 개인의 삶과 장소의 문제를 얽어놓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점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영화의 느슨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 클라라와 이 도시가 맺고 있는 관계가 도입부 장면들에 집약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여인 클라라는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다 은퇴했다. 그녀는 아쿠아리우스라는 이름의 오래된 아파트에 수십 년 전부터 살고 있는데, 그곳은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 아파트의 다른 주민들은 모두 이주하고, 오직 클라라만이 추억이 깃든 곳을 떠나는 걸 거부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클라라의 삶과 기억에 주목한다. 거리를 거닐고, 사랑을 나누고, 음악을 듣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등 카메라는 그녀의 소소한 일상을 관객이 거의 체험할 수 있도록 그녀를 지켜보거나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을 보여준다. 그렇게 클라라의 진동하는 삶의 순간들이 축적되어 아쿠아리우스와 해변과 거리, 거대한 도시를 아우르며 그녀의 역사를 이룬다.

그런데 한 편, 영화 안에는 불안하고 위협적인 시선 또한 존재한다. 카메라 혹은 누군가의 시선이 집 안으로 불쑥 들어온 것 같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다. 지금 그녀의 삶을 확실히 위협하는 존재는 개발업자이지만 그보다 더 불안감을 주는 건 실체가 보이지 않는, 클라라의 집 안을 잠식해가는 정체 모를 시선이다.

영화는 마지막에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직접적인 은유를 시도하고, 클라라가 얼마나 격렬한 몸짓으로 그에 저항할 수 있는지를 지켜본다. 브라질 음악의 거장들은 1960~70년대 군부독재 정권 당시 가장 아름다운 선율로 정치적인 노래를 만들었다. 그들의 음악을 사랑해마지 않는 클라라는 그들의 음악처럼 저항한다.

홍은미

인디크리틱 편집장

부산영화평론가협회 회원이자 부산독립영화협회가 만드는 영화비평집 '인디크리틱'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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