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작 선정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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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진실 냉정한 드러내기 탁월"

제3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지난 20일 부산일보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찬, 남송우, 김중하, 조갑상 심사위원. 강원태 기자 wkang@

이번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 논의 대상이 된 작품은 8편이었다. 이 작품들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 정신에 맥을 이어줄 수 있는 작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런 차원에서 논의 대상은 이시백의 <응달 너구리>, 한수산의 <군함도>, 김 숨의 <L의 운동화>, 최수철의 <포로들의 춤>,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로 좁혀졌다.

이들 중 이시백의 <응달 너구리>는 현재 농촌이 처한 현실을 입담 있게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으나,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의 높낮이가 균일하지 못한 점과 치열성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그리고 한수산의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징용 문제를 다룬 역사소설로서 거대 서사가 지닌 무게감에 기대를 갖게 했으나, 원래 5권짜리 분량의 소설을 두 권으로 압축함에서 빚어진 장면 전환의 어색함이나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적인 생명력이 살아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김 숨의 <L의 운동화>는 사소한 이한열의 운동화 한 짝을 통해 무거운 역사적 기억을 호출해보려는 의도나 기법은 높이 평가되었으나, 장편으로서의 집중력이나 역사적 죽음을 깊이 있게 감각할 수 있는 선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점이 지적되었다.

최수철의 <포로들의 춤> 역시 새로운 리얼리즘의 기법으로 포로수용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상상력은 살 만했지만, 중편이란 한계로 포로수용소는 정작 소재의 선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는 형국이 되었다.

여기에 비해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는 세월호 사건을 잠수사의 입장에서 다루면서, 그 기법과 구성 방식이 새롭다는 점이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사건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추적하기 위한 장치로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인물들의 증언을 들려줌으로써 비극적 사실에 대한 기억을 냉정한 거리 의식을 갖고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논의되었다.

그리고 재난 구조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유대감이나 헌신 등 삶의 진정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더 큰 가치로 평가되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이번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모든 심사위원이 쉽게 합의했다.

심사위원 이규정·김중하·조갑상·남송우·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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