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최 씨 재단 출연금 강요 '직권남용·사기미수' 구속영장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연합뉴스현 정권의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청와대를 동원해 대기업을 쥐어짜고 이권을 챙기려한 혐의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드러났다. 검찰은 2일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소환을 시작으로 관련 기업들을 잇따라 조사해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를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강제모금 '공범' 적용
안종범 전 수석 소환 조사
혐의 입증 이미 확보 곧 영장
정호성 전 비서관 내주 소환
■정권 개입 어디까지 드러날까
검찰은 2일 최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에게 물을 수 있는 죄인데, 안 전 수석이 대기업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금으로 800억 원에 가까운 출연금을 모금한 과정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판단하고, 최 씨를 공범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 소환한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도 이미 상당 부분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은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소환 전에 지인에게 두 재단의 모금에 대해 "대통령이 시켜서 한 일"이고, "최 씨와 대통령 사이에 '직거래'가 있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검찰은 이르면 3일부터 두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대기업 53개사도 전수조사한다. 모금 과정에서 최 씨 측이 청와대를 동원해 압력을 행사했는지가 핵심이다.
단, 검찰은 두 재단이 모금한 기금이 최 씨 측에 직접 흘러간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최 씨가 제대로 용역을 진행할 능력이 없는 더블루케이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 연구용역을 제안해 7억 원 상당을 빼돌리려 했다며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추가 의혹과 향후 수사는
검찰은 삼성 측이 재단 출연금과 별도로 지난해 9~10월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송금한 정황을 잡고 수사에 들어갔다. 명목은 컨설팅 비용이지만 정 씨의 말을 사는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나온다. 검찰은 계좌추적 영장을 받아 삼성 계열사의 자금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최 씨는 사흘째 조사에서 대부분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최 씨를 구속할 경우 최대 20일 동안 구속 상태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을 비롯한 국정 농단 의혹과 최 씨의 딸 정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 추가 의혹들을 조사할 수 있다. 검찰은 문건 유출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다음 주께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씨의 최측근임을 내세워 문화계 예산을 전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도 곧 귀국해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2일 차 씨의 인맥으로 광고업체 대표를 협박해 회사를 강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자택과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이주환·최혜규·민지형·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