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2차 변론기일인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 관저에서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 씨를 봤다고 증언했다. 윤 행정관은 또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독대했고 자신은 대통령의 개인업무 또는 비공식업무를 도왔다고 증언했다.

윤 행정관은 5일 헌법재판소 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 근무하는 동안 관저에서 최순실을 본 적이 있냐는 소추위원 측의 질문에 "몇 번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본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윤 행정관은 최 씨가 박 대통령 앞에서 예의 바르고 공손한 태도였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소추위원 측이 (최씨가) 대통령의 의상에 대해 지시를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의상관련 업무를 했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대통령, 안봉근과 만나"
대부분 질문엔 모르쇠

대통령 측 혐의 전면 부인
"특검 중립성 의심" 주장도

윤 행정관은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안 전 비서관이 대통령 관저 집무실을 직접 찾았다고 밝혔다. 윤 행정관은 자신이 오전 8시 30분께 박 대통령의 호출로 관저에 가 '개인적 업무' 혹은 '비공식적 업무'를 본 뒤 관저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기했으며, 박 대통령이 오전 9시에 관저 내 집무실에 들어간 뒤 오전 중에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윤 행정관은 그러나 이날 소추위원 측의 질문 대부분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수요일마다 공식일정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윤 행정관의 이 같은 답변이 반복되자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증인이 범죄 혐의가 되는 내용이 아니면 답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심리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삼성물산 합병이나 대기업들의 거액 출연에 개입하는 등 뇌물죄를 저질렀다는 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대리인단은 특히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시위의 민심이 국민 민심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촛불시위 주최 측에 대해 '색깔론'까지 거론하며 탄핵소추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또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며 수사 결과를 탄핵심판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탄핵심판 심리에서 탄핵의 근거로 제출된 증거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연 전략'을 드러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헌재는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 구별되므로 형사소송 원칙만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