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고영태 첫 법정 대면] 고영태 "최 씨 말대로 이뤄져 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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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한편에 섰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법정에서 재회해 공방을 벌였다. 고 씨의 폭로로 국정농단 사태가 시작된 이후 두 사람이 마주친 건 처음이다.

고 씨는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씨는 방청석에서 증인석으로 들어서는 고 씨를 응시했지만, 고 씨는 피고인 석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추천된 장관 실제로 임명 
최 씨 방에서 연설문 봤고 
기금 모금 지시 들었다" 증언 

崔 눈길에도 고 씨는 외면

고 씨는 최 씨와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더블루K 사무실에서 (최 씨가) '프린터가 안 된다'고 해서 최 씨의 방에 들어갔더니 노트북 화면에 그런 (대통령) 연설문 같은 게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가) 청와대에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고 청와대 비서들이 개인 비서인 것처럼 했다"며 "(최 씨가) 무슨 일을 해도 '대통령을 위해서 일한다'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해서 둘의 관계가 굉장히 가까운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씨 변호인은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 문서 작업을 하는 것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그의 비리를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마주했다. 고 전 이사가 3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왼쪽). 최 씨가 이날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씨가 K스포츠재단의 기금 모금을 주도한 정황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고 씨는 "(최 씨가) 기업을 만나서 재단을 운영할 자금을 받는데 1000억 원까지 늘려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최 씨 입에서 직접 '건설사가 땅을 주겠다고 하니 이 사람에게 회장 자리를 하나 주고 토지를 받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진술했다. 부영그룹이 부지를 지원하면 이중근 회장에게 체육연맹회장직을 주는 '거래'가 검토됐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고 씨는 또 2014년 말 최 씨가 운영하던 의상실을 그만 둔 이유에 대해 "부적절한 일이 진행된다고 생각해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험한 느낌'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최 씨가 차(은택) 씨에게 국가브랜드 일들을 지시하면서 '장관 자리가 비었는데 추천하라' 내지 '콘텐츠진흥원장 자리가 비었으니 추천해달라'고 하고 이런 일이 이뤄지는 걸 보고 겁이 났다"고 부연했다.

앞서 최 씨 측은 고 씨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과 짜고 최 씨를 함정에 빠뜨려 '최순실 게이트'를 터뜨린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해왔다. 고 씨는 이를 정면 반박하면서 "만약 제가 모든 사건을 조작했다면, 안종범 수석을 움직였고 정호성 비서관을 움직여서 그런 조작을 했다는 것이고 대기업을 움직여서 300억 원을 지원받게 하고 독일에 있는 비덱에 200억 원 정도 돈을 지원 요청했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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