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갑론을박…공정위, 전면 폐지 우려
기업들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고발 남발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권 독점을 허용한 '전속고발권'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공정위의 대기업 봐주기식 소극적 고발권 행사로 중소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의 전면 폐지'에 공식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0일 국회에서 '전속고발권 유지와 폐지, 개선 방향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고발요청기관이 꾸준히 확대됐음에도 실제 고발 건수는 미미하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전속고발권제를 전면 폐지하면 오히려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늘어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견해로 맞섰다.
전속고발권제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 권한을 공정위가 독점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발을 남용해 기업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로 1980년 도입됐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공정위가 기업에 대한 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며 전속고발권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조사했지만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사건이라도 감사원·조달청·중소기업청 등이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하는 의무고발요청제도가 시행 중이다.
이날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변호사)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조사기관인 검찰과·공정위 간 협력체계를 새롭게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김 부회장은 "의무고발요청제도 시행 이후 3년간 조달청장이 고발 요청권을 행사한 것은 3건, 중소기업청장은 9건에 불과했다. 감사원장은 3년간 단 1건도 없었다"며 의무고발요청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공정위의 협력 행정을 통해 공정거래 사건 조사의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전면 폐지되면서 위법 행위의 억지보다는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의무고발요청기관의 고발요청권 행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된 해법"이라며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로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 개입이 초래되면 기업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 강화와 기업활동 위축으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제도 보완을 위해 의무고발요청 기관에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의 등 2개 이상의 경제단체를 추가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20일 '전속고발제 전면 폐지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전속고발권의 전면 폐지에 우려를 표명했다. 대신,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요청기관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을 통해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이 전면 폐지될 경우 △공정거래법 과잉 형사범죄화 △법 집행체계 왜곡 △공정거래법 집행 어려움 가중 △미국식 시스템의 무분별한 도입 등의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공익성과 의사결정의 신뢰성이 담보될 수 있는 법정 단체까지 고발요청기관을 확대해 현 의무고발요청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확대되는 고발요청기관의 구체적 범위는 폭넓은 의견 수렴과 국회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