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의 역설, 기로에 놓인 원도심] 6. '소멸가능구' 탈피, 일본은 어떻게
구청사에 아파트 짓고 "청년들 오세요" 日 원도심 파격 실험
일본 토쿄도의 도시마구는 2014년부터 '소멸 가능구 탈피'를 목표로 여성 우대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구청 건물 4층과 보건소에 키즈카페를 만들고 상담사를 배치해 각종 육아고충을 나눈다.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해 도쿄도에서 유일하게 '소멸 가능 구'로 선정됐지만, 불과 4년 만에 인구 증가와 살고 싶은 도시 1위에 꼽힌 일본 도쿄도 도시마구. 이 곳에서 원도심 4개 구(동·중·서·영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현지를 방문했다.
2040년 소멸 진단 도시마구
"노후 주택 좁고 범죄율 높다"
청년 떠나는 원인으로 지목
대대적 '도시 개조사업' 진행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목표
아동 도서관·유치원 등 증설
치안 강화·빈집 수리 교육도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우뚝
■유동인구 많지만 거주 안 해
도시마구는 신주쿠와 맞먹는 번화가 이케부쿠로 역을 끼고 있는 도쿄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도심 외곽 지역으로 인구가 떠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자 2014년 일본 창생회의에서 도쿄도에서 유일하게 '2040년 소멸가능구가 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도시마구의 대응은 빨랐다. 소멸 가능성 도시로 지정된 지 1주일 만에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왜 젊은이들이 도시마구를 떠나는 가'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도시마구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주거 환경이었다. 도시마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노후 주택은 49㎡ 이하의 좁은 주택이었다. 3~4인 가구의 최저 거주 면적 수준인 50㎡를 충족시키지 못해 주민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계기로 도시마 구를 떠난 것이다. 이케부쿠로 역 일대가 주말에는 하루 240만 명이 오가는 번화가인만큼, 범죄율이 높다는 점도 젊은 층이 이곳을 떠나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도시마구는 인구 유입 방법으로 주관복합아파트 건립을 실시했다. 50년 된 노후청사를 허물고, 2015년에 새로 지은 도시마구청은 구청 위에 아파트 49개 층을 올리는 '주+관청 복합 아파트'로 지어졌다. 1~9층까지는 구청, 10층은 도심 정원, 이후 60층까지는 아파트다. 구청 부지가 시내 중심에 있는 알짜 땅이라 구청 부지 40%를 내어주고 아파트 분양권을 주는 조건으로 구청 건설 비용은 민간 건설사가 모두 부담했다. 도시마구 건설과 코다마 과장은 "구청과 아파트가 같은 건물에 있다는 게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청사 건립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도시마 구청 민원실은 1년에 345일, 하루 18시간 열려있으며 4층에는 키즈카페, 6층과 8층, 10층에는 아파트 입주민과 구민이 함께 쓸 수 있는 공원이 조성돼있다.
도시마구는 또다른 인구 유입 방법으로 '여성이 살고 싶은 구'로 탈바꿈 하려는 노력을 진행됐다. 2015년 1월부터 20~30대 여성 32명이 중심이 된 '도시마구 F1(일본의 20~34세 여성을 가리키는 말) 회의'를 매월 개최해 생활상의 불편함과 필요한 것들을 구청에 직접 이야기했고, 구는 이를 바로잡아 나갔다. '아이를 위한 서점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자 이에부쿠로 보건소에 육아관련 도서 전시 코너를 열었다. '유치원 대기번호가 너무 길다'는 요청에 '유치원 대기아동 제로'를 여성정책과의 목표로 정하고 공립 어린이집과 가정 어린이집을 늘려 2017년 4월에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케부쿠로역 주변에 치안이 불안하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상인회에 의한 순찰을 정례화하고 악질 호객 행위를 금지시켰다.
■짓기보다는 '교육'과 '연결'
이러한 노력으로 도시마구의 만 19세 이상 40세 이하 여성 인구는 지난 3년간 4만 6848명에서 5만 1177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인구도 28만 1000여 명에서 29만 8000여 명으로 함께 늘었다. 2014년 소멸가능구였던 도시마구는 불과 3년 뒤 2017년에는 소멸가능구를 탈피했고, 일본의 부동산 정보 사이트 'HOME'S가 꼽은 도쿄도 내 '살고 싶은 도시 랭킹 1위'에 올랐다.
현재 도시마구는 빈집률(13.8%)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빈집 골목을 게스트하우스, 봉제 모임 공간, 카페 등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구청이 나서서 건물을 매입하거나 새 건물을 짓는 방법은 동원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시마구 정책홍보부 야우토 담당자는 "한 번 건물을 지으면 계속해서 관리할 인력이 들기 때문에 우리는 '인테리어 리노베이션 학교'를 열어 젊은이들이 빈집을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인테리어, 도배, 디자인 등을 강의한다"면서 "수업을 들은 뒤에는 각자 돈을 모아서 주식회사를 만들어 출자 형식으로 빈집을 매입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집주인을 대상으로 한 '건물주 교육'도 진행한다. 건물주 교육은 빈집 수리 작업이 일정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월세를 받지 않고, 또 수입이 나더라도 1~2년간은 월세를 올리지 않도록 사전에 상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글·사진/도쿄(일본)=조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