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경찰 안이한 대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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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보호' 들어 구속 사안도 자술서만 받고 돌려보내

부산 사상 여중생 폭행 사건의 끔찍한 민낯과 사안의 심각성이 뒤늦게 밝혀진 것은 경찰이 '청소년 보호 및 계도'에 무게를 실어 폭행 사건을 안이하게 대처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여중생 폭행 사건처럼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사건의 당사자일 경우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선도에 중점을 두고 형사과가 아닌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전담하고 있다.

여성청소년수사팀서 전담
형사과와 공유·협업 안 되고
외부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
피해자 가족이 SNS 공개
가해자들 보호관찰 사실 몰라

이같은 시스템은 지난 2015년 정부 정책으로 전국의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서 대대적으로 시행됐다. 성폭력과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실종수사 등 5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의 중요성을 감안해 여성청소년수사팀을 별도로 신설해 전담 수사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청소년수사팀이 전담하는 사건들은 형사과에서 공유하지 않고,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외부로 잘 공개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이번 여중생 폭행 사건처럼 '중대 사안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할 때 경찰 내 부서간 협업 부족으로 사건이 제대로 다뤄질 수 없다는 데 있다.

피해 여중생은 앞서 지난 6월 29일에도 사하구 소재 한 공원에서 피의자 B 양과 C 양 을 포함한 여중생 5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지만 당시 사건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고,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밝히자 경찰은 뒤늦게 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을 공개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번 폭행이 2개월 전 발생했던 1차 폭행 피해 고소에 대한 보복성 폭행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또 피의자인 B 양과 C 양이 각각 절도와 폭행 혐의로 지난 4월과 5월부터 보호관찰 상태였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경찰은 이들이 사법부의 보호관찰 명령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보호관찰은 법무부 소관이어서 경찰과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현재 B 양과 C 양은 부산가정법원에 의해 다시 소년원에 위탁된 상태다.

B 양과 C 양이 성인이었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이 큰 사안이지만 15세 청소년인 B, C 양은 부모의 신원 보증을 받고 자술서만 제출한 뒤 귀가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에게만 유독 관대한 현행 소년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 '국민 청원과 제안' 코너에는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 글이 게시됐고, 해당 청원에 하루 2만 명 이상의 네티즌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최근 5년 동안 경찰에 적발된 학교폭력 사범이 6만 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이후 학교폭력 적발 및 조치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6만 3429명이었다.

전체 학교폭력 사범 가운데 구속된 인원은 649(1%)명에 그쳤으며 불구속된 인원은 4만 2625명(67%),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으로 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인원이 5838명(9%), 훈방 등 기타 1만 4410명(23%)을 기록했다.

김경희·안준영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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