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어른 상식 깬 '학교 밖' 조폭 수준 청소년 범죄
지난 1일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당시 현장.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폭행하고 휴대폰으로 찍고 있다. CCTV 캡처중학생들의 폭력 수준이 어른들의 상식을 무참히 깼다. 학교 안 모습을 통해 "설마 그렇게까지 사고치겠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는 소위 '일진'을 넘어 살인 미수를 저지르는 조폭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1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 학생 B(15) 양은 대안 교육을 받는 위탁 학교에서 학급 반장을 할 정도로 나름 충실하게 학교 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석 일수도 10여 일 있었지만, 가출을 하거나 교내 폭행 사건에는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도 "교내에서는 청소도 잘하고 크게 속썩이지 않아 이런 일에까지 연루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같이 다닌 다른 가해 학생 C(15) 양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가해 학생 학교 교사들
"교내에서는 크게 속 썩이지 않아
이런 일에까지 연루될 줄 몰랐다"
최근 청소년 범죄, PC방·공터 등
학교 밖에 집중돼 대처도 어려워
방과 후 관리 시스템 마련돼야
물론 이 학생들은 흡연, 학교 폭력, 학교 부적응 등의 문제로 대안 교육을 받게 됐다. "자꾸만 문제가 생기면 나를 탓한다" "일반교육을 받기 싫다" 등의 말을 해와 기존 학교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들 중 한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D교사는 "선생님이 혼내면 그대로 학교 밖으로 나가버리는 등 학교와 가정에서 컨트롤이 어려운 학생이었다"면서 "학폭위도 많이 열리긴 했지만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결국 어른들이 생각하는 학교 안에서의 학생 모습은 현실과 달랐다. 불량 학생을 넘어 성인 범죄에 해당하는 이번 폭행은 도 넘은 학교 밖 일탈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실제 이번 가해 학생들은 대안 교육을 하는 교내에서는 사고를 치지 않았지만, 하교 후 늦은 시간 노래방과 같은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다툼 등 여러 사건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 학생은 이미 다른 중학교 학폭위에도 연루가 돼 있다.
부산의 한 교육당국 관계자는 "이번 공터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은 학교 밖 사람이 없는 공간을 이미 범죄 장소로 쓰고 있다"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학교 밖 왕따, 폭행 등으로 상대방을 숨지게 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들까지도 발생해 왔다"고 밝혔다. 한 학교의 생활지도 부장교사는 "이미 전담경찰 등 학교 폭력 방지 시스템으로 학교 내에서는 '일진'이라는 말이 사라진 상태다"라며 "이로 인해 아이들의 일탈이 PC방, 공터 등 학교 밖에 집중돼 알려지지 않을 뿐더러 대처도 어려운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제는 학교 밖 아이들을 관리할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결손 가정, 대안 교육 학생 등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단순히 막는 것이 아닌 치유받고 변화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 최진경 정책실장은 "이같은 안타까운 사건을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보다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해 정부와 교육당국,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