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약지반 위에 건설된 부산은 과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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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치남 부산시 건설기술심의위원· 오름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필자는 낙동강 연안과 해안가에 건설된 교량구조물의 접속도로가 교량보다 크게 낮아져 있는 것을 보고 오래전부터 '부산은 과연 안전한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부산은 오래전부터 낙동강 하구 연안과 해안의 연약지반에 대단지 토지를 개발하였고, 지금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연약지반에 대한 연구는 학계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건물을 비롯한 기반시설에 대한 장기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는 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중·소규모 구조물의 기초공법 선정과 계획단계에 연약지반 전문가의 참여는 일부에 국한된다. 현장에서 시행되어야 할 시공단계의 구조물 기초지반과 기초말뚝의 지지력 평가를 감리자도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청업체 또는 장비업체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생한 '기우뚱 오피스텔', '부산판 피사의 사탑'을 계기로 외국에서는 연약지반에 구조물을 어떻게 건설하였으며, 어떻게 유지 관리해 왔는지를 살펴보자.

이탈리아 피사의 '피사의 사탑'은 199년간(1173~1372년)에 걸쳐, 상상을 초월하는 침하량 차이(부등침하)에 의한 기울어짐에도 허물지 않고 완공한 구조물이다. '피사의 사탑'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첫째 하중을 쌓은 후 내버려 두면 딴딴해지는 지반의 특성을 활용해 199년간 4단계에 걸쳐 선조들이 계획한 종탑을 건설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21세기까지 무려 900여 년간 지속된 계측기록은 건설사에 유일무이하며, 동시에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현대 건설기술인들이 후손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우쳐 준다.

과거 낙동강 하구에 형성된 부산과 같은 연약지반상에 건설된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성 이사크 성당을 방문했다가 벽면에 관인이 찍힌 기초말뚝 설계도면 등을 부착해 둔 것을 목격하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성 이사크 성당은 무너진 기존 성당을 허물고 1818년부터 40년간에 걸쳐 생나무 기초말뚝(지름 15~20㎝, 길이 6m)을 1000개씩 24개소에 총 2만 4000개(기존 말뚝 1만 1000개 포함) 박고, 말뚝 위에 넓은 판석을 피라미드 형태로 쌓은 후 높이 43m의 기둥 24개를 설치한 높이 101.5m의 돔형 건축물이었다. 신성시되는 성당 벽면에 설계도면을 부착해 연약지반에 대형구조물을 안전하게 건축하였다는 자신감과 건축물 기초공사의 중요성을 세계인들에게 당당하게 자랑하고 있었다.

건축물이 크게 기울어지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구조물의 안전성과 직접 관련된 기초지반과 기초말뚝의 지지력 평가는 시공자가 아닌 관계전문가가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모든 건설기술자와 기능공들에게 국가와 부산시 차원에서 건설공사의 중요성과 문제점에 대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더욱이 연약지반 위에 도시를 건설하는 부산은 더더욱 철저한 시공관리와 유지관리가 요구된다.

'건설공사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야 할 도시를 안전하게 조성하는 기반산업'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산 전역의 연약지반에 건설된 건축물은 올바르게 서 있는지? 또 낙동강 연안과 해안에 조성된 택지와 산업용지가 애초 계획과 같이 침하하지 않고 안정되어 있는지? 더욱이 연약지반 내의 각종 매설구조물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전반적으로 조사·분석하여 대형사고를 미리 방지함과 동시에 장기적인 유지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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