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데 배만 볼록… 당신은 마른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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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말라 보이는 권도현(53) 씨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최근에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된 것. 당뇨병 가족력도 없고, 마른 체형을 가진 그로서는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고지혈증도 있다는 말을 듣고는 충격에 빠졌다. 당뇨병과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은 체중이 많이 나가는 뚱뚱한 사람에게만 오는 병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뚱뚱하지 않지만
팔다리 가늘고 배만 나왔다면
운동 부족·영양 불균형 원인

만성 대사성 합병증 위험↑
육류 등 단백질 섭취 늘리고
통곡물·채소 위주 식단 짜야

유산소·근력 운동 병행 필수

■운동 부족과 영양 불균형이 원인


일반적인 비만은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 BMI)를 기준으로 정상 체중 이상(25kg/㎡)일 경우를 의미한다. 대체로 비만이라면 체내 지방이 많아 뚱뚱한 몸매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겉보기에 뚱뚱한 몸매가 아니라도 비만인 경우가 있다.

체내에 지방량이 많고, 근육량은 부족한 경우다. 이런 경우 체중을 재도 정상 체중으로 측정되고 겉보기에도 마른 몸매를 유지하는데 이를 '마른 비만'(또는 근 감소성 비만)이라고 한다.

남성은 체지방률이 25% 이상, 여성은 30% 이상일 때 마른 비만으로 진단한다. 지방과 비교해 근육량이 부족하고, 지방이 주로 복부에 집중된 게 특징이다. 팔과 다리는 근육량이 적어 가늘지만, 배만 볼록하게 나온 경우다.

마른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운동 부족과 영양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불규칙한 식사 혹은 편식 같은 잘못된 식습관이 마른 비만을 불러오기도 한다. 특히 채소로만 구성된 한두 가지 반찬으로 매 끼니 식사를 한다든지, 과일 같은 간식류로 식사를 때우는 경우에 마른 비만이 악화할 수 있다.

김태년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근육 약화, 운동량 감소, 활동량 저하로 에너지 소모량이 감소한다. 소모되지 않은 열량은 지방으로 쉽게 축적된다. 따라서 노인층에서 마른 비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반복적인 저칼로리 다이어트, 결식과 폭식,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젊은층에서도 마른 비만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섭취 열량 줄이고 운동 병행해야

마른 비만인 사람 대부분은 내장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내장 지방형이다. 이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대사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 마른 비만을 해결하지 않으면, 만성 대사성 합병증 발생 위험도 커진다.

또 당뇨병이 발생하면 근육 소실이 빨라질 수 있으므로 당뇨병과 마른 비만의 악순환을 끊는 치료는 당뇨병 치료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당뇨병 환자는 특히 자신의 체지방률, 허리둘레, 근육량 등을 수시로 점검하고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게 필요하다.

마른 비만인 사람은 다이어트를 하기 쉽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 뚱뚱하지 않아 심각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우선 전체 섭취 열량을 줄이고 과일과 유지방도 섭취량을 줄인다. 주식을 밥 대신 포만감이 큰 감자나 고구마(소량)로 대체하는 것도 괜찮다.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되는 육류, 생선, 계란, 두부 등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통곡물, 채소, 해조류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간식이 먹고 싶을 때는 과자나 빵보다는 견과류 한 줌이나 두유 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오이나 당근 등 채소를 먹는다. 하지만 섭취 열량을 갑자기 지나치게 제한하면 체내 지방 저장률이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식사를 정량으로 하면서 섭취량을 천천히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알코올 섭취를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곁들이는 경우가 흔한데, 안주는 중성지방 형태로 몸에 쌓이기 쉽고 결국 체지방이 된다. 꼭 음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안주는 채소와 해조류 등을 고르는 게 좋다.

마른 비만 상태를 극복하려면 체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은 늘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1회에 30분 이상, 주 3회 이상 걷기,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필수다. 이와 함께 팔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 같은 근력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비율은 2대 1 정도가 적당하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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