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절규'의 기록] 형제복지원 소유 '호주 골프장 문건' 확인
본보 취재진이 형제복지원 자료와 함께 입수한 박인근 원장 일가의 호주 골프장 관련 보고 문건.정권의 비호 아래 막대한 부를 축적한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 일가가 호주로 재산을 빼돌렸다는 사실이 문건을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
15일 본보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형제복지지원재단의 '호주 관련 보고서철'에는 호주 골프장, 체육관 관련 금액이 하루 단위로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작성 시점이 2003~2004년인 이 문건들은 호주에서 작성돼 팩스 등을 통해 한국에 있는 박 원장 일가가 확인할 수 있도록 매일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본보 '호주 보고서철' 입수
2003~2004년 日 단위 작성
물 판매량까지 상세히 기록
한국으로 '팩스 보고' 추정
문건에는 골프장, 체육관, 신규 등록 고객 현황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음료수와 물 판매량까지도 바를 정(正)자를 그어가며 꼼꼼하게 기록할 정도였다. 골프장에서 400~500달러, 체육관에서 200~300달러 등 하루 800달러 안팎의 금액이 적혀 있었다. 호주 달러로 매출을 표기한 것이라면 이 서류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금액은 한화로 약 70만 원 수준. 매출인지 수익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일 단위로 꾸준히 기록됐다는 점이 이채롭다. 또 흙 공사, 지하수 허가비용, 골프연습장 보수 공사 재료 견적서 등 운영에 필요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서류로 작성해 일일이 보고한 것으로 나와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문건에는 '회사 구좌 내용'과 '아버님 은행 구좌 내용'이라는 서류도 함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일컫는 '아버님'이 박인근 원장이라면 골프장과 체육관 운영에 따른 수입과 지출을 국제 계좌를 통해 직접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서류에 '회사 구좌'는 National Australia Bank로, '아버님 구좌'는 ANZ(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로 나와 있으며 지점 번호와 계좌번호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그동안 박 원장은 자신의 사위를 통해 1990년대 중반 호주 시드니에 골프 연습장을 사들이도록 한 것으로만 알려져 왔다. 호주 골프장 운영과 관련한 정황이 실제 문건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과거사 진상조사 등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한 박 원장이 호주로 재산을 빼돌린 뒤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이라며 "철저한 추적을 통해 불법적인 재산 축적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