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불영어’ 논란에 오승걸 평가원장 전격 사임
절대평가 영어 1등급 비율 3.11% 불과
6·9월 모평서 각 19.1%, 4.5% 널뛰기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와 관련 총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가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돼 입시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출제기관 수장인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0일 전격 사임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이날 오 원장이 “영어 영역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께 심려를 끼치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임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오 원장은 2023년 8월 취임 후 2년 4개월 만에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임 이규민 원장도 2023년 6월 수능 모의평가 킬러문항 논란으로 중도 사퇴한 바 있어, 난이도 조절 문제로 평가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3.11%로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대평가 과목의 1등급 기준인 상위 4%보다도 낮은 수치다.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도 영어 1등급 비율이 각각 19.1%, 4.5%로 크게 요동치며 수험생 혼란을 키웠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다.
평가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능 출제 전 과정을 전면 재점검해 난이도 조정 절차와 검토위원단 역할 강화, 출제·검토위원 역량 제고 방안 등을 포함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교육부도 이달 중 출제·검토 전 과정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지난 5일 밝힌 바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8일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평가원과 교육부에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