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펄북스' "35만 시민 목소리 담을 출판사 하나는 있어야죠"
진주문고 3층 서가에 마련된 출판사 펄북스의 출간 책 코너.지역 서점의 시름이 깊어지는 시대. 진주문고는 2015년 2월 출판사 '펄북스'까지 열었다. "지역 콘텐츠를 책으로 기록하기 위해서"다.
지역 서점이 만든 첫 출판사 펄북스의 야심작 1호는 '지리산 시인' 박남준의 등단 30주년 기념 시집 <중독자>. 박 시인은 진주문고가 '이 참혹한 시대에 지역에서 인문학 출판사까지 내겠다'고 '청맹과니같이' 나서자 '가방 속 시집 원고 뭉치 때문에 낯이 화끈거렸다'고 했다. 그래서 시인은 그동안 시집을 내왔던 서울 문학 전문 출판사가 아닌 이 용감한 지역 출판사에서 시집을 냈다. '말과 삶이 다른 족속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진주 여행 등 지역 콘텐츠 다뤄
박남준 등단 30년 시집 등 출간
시집 <중독자>는 5000부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펼북스가 출간한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도 5000부 가까이 판매됐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11평 작은 방에서 시작한 작고 겸손한 '동네도서관 운동'으로 일본 전역에 희망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한 남자의 이야기. 책으로 사람을 이어주는 동네도서관은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꿨다.
그동안 펄북스는 진주 시인 박노정의 <운주사>, 72년 해로한 부부 이야기 <백년부부> 등 23권의 책을 펴냈다. 지역의 숨은 필자를 발굴해 지원하고, 인문과 교양 두 방향으로 출판 방향을 정해 책을 내고 있다.
진주문고 5층에 자리 잡은 출판사 펄북스는 편집자 1인을 두고 편집과 기획을 하고 디자인, 인쇄 등은 외주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중독자>와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를 제외하면 다른 책들은 2000부 초판 판매가 어려운 출판계의 힘겨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왔다.
여태훈 대표는 "인구 35만 도시에 지역의 목소리를 담을 출판사 하나 없어서 되겠느냐는 대의명분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판매에 불편(!)이 있을 뿐, 책을 만드는 데 불편한 건 없다"고 했다.
펄북스는 진주 관련 여행서 출간을 준비하고 있고, 올해 안으로 신간 5~6권을 더 출간할 계획이다.
여 대표는 "재미 하나만으로 소박하게 오래갈 수는 있지만, 대의명분 없이는 안 되는 것도 있다"며 "재미와 의미가 같이 있어야 하고 더 큰 명분을 가지면 유지할 힘도 나오니 출판사도, 서점도 힘닿는 데까지 힘껏 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강승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