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포카페거리 르포] 젊음 바쳐 일궜건만… 치솟는 임대료에 쫓겨나는 청년의 꿈
부산 대표 관광 명소로 떠오른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왼쪽) 일대 상가가 임대료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강원태·정종회 기자 wkang@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창업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탄생했다. 독특한 인테리어, 트렌디한 메뉴를 앞세운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SNS를 통해 인기를 끌면서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을 일궈낸 중소 상공인들은 하나둘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명성을 얻을수록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카페거리의 초창기 멤버들은 "이제 '무슨 무슨 거리'라고 해서 상권이 뜨는 것조차 공포가 됐다"고 호소한다.
2016년 기점 임대료 '껑충'
2년 단기 임대 등 편법 판쳐
'둥지 내몰림' 호소 민원에
市 "상가 매입비 지원" 황당
인근 영세 공구 상가도 불똥
임대료 감당 못 해 줄폐업
■'둥지 내몰림'에 막 내린 청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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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가게 되면서 카페를 접어야 할 형편에 놓인 황은미·전준희 씨 커플(오른쪽)이 '둥지 내몰림'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포동을 포함한 서면 상가의 ㎡당 임대료는 2013년 1분기 4만 3860원에서 2018년 1분기 5만 1100원으로 올랐다. 카페거리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2016년 4분기를 기점으로 ㎡당 4만 원대이던 임대료가 5만 원대로 뛰었다. 그러나 실제 임대료 상승 폭은 공시지가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서에 적힌 임대료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임대료를 내는 행태가 많기 때문이다. 카페거리 상인들에 따르면 '울며 겨자 먹기'로 건물주가 요구하는 대로 2년 안팎의 단기간 계약을 하는 사례나 앞서 나간 임차인의 계약 기간의 남은 기간만 계약해주는 등의 편법도 판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업주들은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끄는 핫플레이스 상당수가 개인 카페처럼 보이지만 기업 등 거대 자본이 운영하는 곳이 많다"며 "이곳에서 청년 스타트업의 꿈은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특색 사라진 거리, 관광객도 끊길라
전포카페거리가 시작되는 골목 어귀에서 공구업체를 운영하는 김주철(70) 씨는 조만간 장사를 그만둘 작정이다. 30년이 넘도록 김 씨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이 가게가 이젠 김 씨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요즘엔 한 달 매출이 200만 원도 안 된다. 가게 월세조차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건물주들은 인근 카페와 레스토랑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돈 안 되는' 공구업체와의 임대 계약을 꺼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우버스 공장 이전으로 경영상 타격을 입은 공구업체들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했다. 실제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개·폐업 신고 의무가 없어 정확한 수치는 파악하기 어려우나 2009년 이전 400개 이상이었던 전포동 내 공구업체 숫자는 전포카페거리 조성 이후 50여 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35년째 공구업체를 운영한 박 모(72) 씨는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할 의무가 있는 지자체는 젊은 관광객 유치에만 혈안이 돼 있지 전포동과 동고동락한 우리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청은 지난해부터 '전포카페거리 상생발전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협약 수준의 권고 조항만으로는 '둥지 내몰림'을 막기 어려운 데다 참여 현황도 극도로 저조하다. 상인 8명과 건물주 6명, 지역 주민 2명 등 모두 20명이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데 전포카페거리 입점 업소가 240여 개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수준이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구청 입장에서도 대처에 한계가 있다"면서 "건물주와 상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김건우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 대표는 "부산시도 이곳을 관광 명소로 홍보만 하고 무차별한 상권 개발의 손해가 초창기 창업자들과 공구상가 등에 돌아가는 구조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며 "시가 뒤늦게 전포카페거리에 청년문화특구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청년 창업가들이 사라진 거리에 인위적으로 어떤 청년문화를 심을 수 있을지, 개성과 매력이 사라진 카페거리를 청년들이 계속 찾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자영·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