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구절, 삶을 곱씹어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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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화엄경> 등에서 명구를 선별해 <무비 스님이 가려 뽑은 불교 명구 365> 책을 펴낸 무비 스님. 부산일보DB

부처님과 조사 스님들의 주옥같은 말씀들은 불교 공부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혹은 지혜의 눈을 뜨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삼 일간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요, 백 년간 탐하여 모은 재산은 하루아침에 먼지가 된다.' 처음 발심해 절에 들어와 최초로 배우는 <초발심자경문> 중 '자경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부산 문수선원 문수경전연구회에서 <화엄경>을 강의하고 있는 대종사 무비 스님이 출가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된 명구이다. 어린 시절 이웃 사찰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또래의 동자 스님이 이 구절을 읊고 설명하는 것을 듣고는 감동해 자신도 이런 글을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출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자경문 한 문구에 출가 결심
무비 스님 '불교 명구' 출간

일반인도 매일 편히 읽도록
경전 쉽게 옮겨 풀이까지…

"하늘·땅이 바뀔 수 없듯이
각자 본연의 모습대로 살길"


'자경문'에는 또 '이 세상에 태어날 때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고 죽을 때에도 또한 빈손으로 간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오직 자신이 지은 업만 다음 생으로 따라갈 뿐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 구절에 대해 무비 스님은 "사람들은 재산을 좋아하고 아낀다. 아낄 때는 세세생생 가져가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고 가면, 그 복을 지은 선한 업은 따라온다.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마음을 잘 닦은 것이고 선한 업을 잘 지은 것뿐이다"라고 덧붙인다.

무비 스님은 출가한 이후 <금강경> <화엄경> 등 경전과 <금강경오가해> 같은 경전 해설서, <임제록> <육조단경> 같은 선어록을 공부하다가 명구라고 여겨지는 구절을 옮겨 적어 외우고 곱씹는 일을 수십 년간 해왔다. 스님은 그 가운데 365가지를 선별해 <무비 스님이 가려 뽑은 불교 명구 365> 상·하(사진·전 2권·불광출판사)를 최근 펴냈다. 글들에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날짜를 붙여 하루 한 구절씩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책은 무비 스님이 출처가 되는 문헌에 대한 설명과 구절에 담긴 뜻, 유래 등의 해설을 덧붙여 어렵게 느껴지는 구절이라도 그 뜻을 선명하게 알 수 있도록 했다. 경전 한 말씀 한 말씀이 깨달음의 보고(寶庫)라는 것은 알고 있어도 그 많은 가르침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일반인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매일 한 구절씩 명구를 읽어 어지러운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함께 실린 양태숙 작가의 40여 장의 컬러 그림도 눈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게 한다.

'하늘은 하늘이고 땅은 땅이라, 어찌 일찍이 뒤바뀌리오. 물과 물, 산과 산이 각각 완연함이로다' 함허 기화 스님이 남긴 <금강경오가해 설의>의 한 구절이다. 무비 스님은 "하늘과 땅, 땅과 하늘이 뒤바뀔 수가 없는 것이고 물과 산, 산과 물이 또한 뒤바뀔 수 없는 것이다. 뒤바뀔 필요도 없다. 각각 본연의 모습 그대로 완전무결하다. 다듬거나 색칠할 필요가 없다. 불교 궁극의 경지를 여래라고 한다. 그 여래란 모든 존재의 변함없는 여여한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불교 공부란 모든 존재을 다듬고 꾸미고 바꾸고 색칠해 달리 보이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본연의 모습으로 사는 일이다"라고 풀이한다.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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