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난동·절도… 다음엔 뭘까?
절도부터 의사 폭행과 음주운전까지, 부산경찰청 소속 간부와 직원의 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부산 모 경찰서 지구대 소속 A(44) 경위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A 경위는 지난달 3일 오후 10시께 해운대구 좌동의 한 백화점 물품 하역장에 놓여있던 신발 상자를 뜯어 신발 3켤레(21만 원 상당)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시인하고, 훔친 운동화를 반납했다. 경찰은 A 경위에 대해 감찰 조사를 벌여 징계할 예정이다.
직원들 잇단 물의 비난 고조
박운대 청장, 긴급 대책회의
앞서 지난 1일에는 병원 응급실에서 병원 관계자를 폭행하고 행패를 부린 간부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부산 모 경찰서 간부인 B(57) 경정은 이날 오전 4시 40분께 북구 덕천동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원무과 남자 직원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간호사에게 폭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체포된 B 경정은 현재 직위 해제됐으며,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음주운전도 끊이질 않는다. 부산 모 경찰서 파출소 소속 C(32) 순경은 올해 6월 24일 부산진구 전포동 인근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148%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음주단속 중인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간부와 직원 가릴 것 없이 잇따른 비위에, 경찰 내부에서는 박운대 현 부산경찰청장의 조직 운영 스타일이 기강 해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 청장은 올 7월 31일 취임 후 시민 치안활동은 물론 조직 내에서도 인간미를 강조하면서, 각 경찰서마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중간 간부급 경찰은 "박 청장은 부산경찰청장 자리를 끝으로 옷을 벗을 것이란 인식이 퍼져 있고, 본인 역시 실적이나 보여주기식 성과보다는 조직 융화와 내실을 중시하는 스타일을 표방해왔다"며 "이런 방식이 조직의 목표 의식과 긴장감을 떨어뜨리면서 오히려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고 직원 관리가 안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간부 경찰도 "박 청장이 취임 이후 벌어진 비위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고 지켜봐온 것이 화근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박 청장 주재로 오는 7일 지방청 참모회의를 열어 최근 간부와 직원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박태우·김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