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맞먹던 부산 신발브랜드 어디 갔나
최근 ‘르까프’ 브랜드를 가진 화승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한 때 세계적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부산 토종 신발브랜드의 부침이 주목받고 있다.
르까프는 1980년대 ‘프로스펙스’와 함께 세계적 브랜드 나이키와 힘을 겨룰 정도로 대표적인 부산 전통 브랜드였다. 르까프 이전의 유명 부산 토종 브랜드로는 말표, 기차표, 왕자표, 슈퍼카미트, 월드컵, 프로스펙스 등을 들 수 있다.
日 기술·부자재 도입으로 성장
월드컵·프로스펙스 등 브랜드 키워
해외 OEM 주력하다 ‘사양길’
남북경협, 재도약 기회로 삼아야
고무신 산업으로 시작된 국내 신발산업은 일본으로부터 관련 기술과 부자재를 쉽게 도입할 수 있었던 부산이 일약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다. 1947년 ‘말표’라는 상표를 내세운 태화고무공업사를 시작으로 1949년 ‘왕자표’의 국제고무공업사, 1953년 ‘기차표’ 동양고무공업, 1954년 ‘범표’ 삼화고무공업 등이 잇달아 부산에서 설립됐다. 이들은 고무신으로 시작했지만 1960~1970년대 부산을 신발 산업의 메카로 만든 주력 브랜드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70년 나이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국내 대형 신발업체들은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기보다 나이키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OEM으로 국내 신발기업이 큰 이익을 얻는 사이 국내 브랜드 시장 점유율은 약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1982년 리복의 등장으로 심화했다.
외국 브랜드에 맞서 1981년 국제상사가 내놓은 프로스펙스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1985년 국제상사가 정치적인 이유로 해체되면서 사양길을 걷는다. 국내 기업의 자체 브랜드 개발 노력은 계속돼 1975년 ‘월드컵’이란 브랜드를 내놓았던 동양고무는 1986년 르까프를 출시하고 1989년 회사명을 화승산업으로 바꾼다. 대양고무공업은 1985년 슈퍼카미트 상표를 등록했으며, 삼화고무공업이 모태인 삼화는 1984년에 타이거 상표로 스포츠화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에도 부산 업체인 트렉스타와 비트로가 주목을 받았다. 부산시도 1997년 부산 공동브랜드 테즈락을 설립했지만, 경험 부족 등으로 실패했다. 지역업계에서는 수년간 OEM을 넘어 제조자개발생산(ODM)을 해온 경험을 고려할 때 국내 신발산업의 재도약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인건비가 싸고 기술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남북경협을 재도약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서준녕 기자 jumpjump@busan.com
르카프 마라톤화. 부산일보DB
서준녕 기자 jumpjump@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