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부산 산불] 재발화 원인은 ‘두꺼운 낙엽층’… 연기 새면 흙으로 덮은 뒤 신고를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 산불이 진화된 이후에도 재발화가 잇따르면서 강원도 일대에서도 끝까지 경각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다행히 지난 주말 강원도와 부산에 단비가 내려 재발화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향후 대형 산불은 초기 진화 이후에도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7일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일 오후 3시 20분께 시작된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 산불이 지난 3일 오전 9시 10분께 초기 진화된 이후에도 불이 다시 시작되는 ‘재발화’가 잇따랐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7시께 재발화한 불은 이날 오후 8시 50분께 불길이 잡혔고, 지난 4일 오전 1시께 재차 발생한 불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지난 5일 오전 0시 10분께에는 세림요양원 뒤편 운봉산 입구 등 4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다시 발생했고, 이날 오전 8시 50분께 마지막 큰 불길이 잡혔다.
재발화의 원인으로는 두꺼운 낙엽층이 지목된다. 뿌리를 타고 내려간 불이 낙엽층 아래쪽으로 옮겨지고, 바람이 불어 산소가 공급되면 불씨가 커지기 때문이다. 초기 진화를 마친 3~4일 이후까지 불씨가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장은 “1970~80년대에는 낙엽층이 얇아 재발화가 거의 없었고 물을 조금만 뿌려도 맨흙이 드러났다”며 “예전보다 낙엽층이 두꺼워지면서 초기 진화 이후 잔불 제거 작업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대형 산불은 헬기로 공중 진화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물이 땅속까지 충분히 스며들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부산소방재난안전본부 방호조사과 관계자는 “작은 산불은 땅 위에 충분히 물을 뿌리기 때문에 재발화가 거의 없다”며 “갈고리, 등짐펌프 등을 이용해 넓은 지역에서 잔불을 제거해야 하는 큰 산불의 경우 완전히 재발화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산불 진화 이후에도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병두 과장은 “산은 재발화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 주의를 잘 살펴야 한다”며 “만약 연기가 새어나오는 곳을 발견하면 흙으로 덮은 뒤 곧장 신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방호조사과 관계자는“재발화 위험이 남아 있는 경우 소방관이나 경찰의 통제에 따라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행히 지난 6일 오후 강원 일대와 7일 오후 부산에서 비가 내리면서 재발화의 가능성은 낮아진 편이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까지 고성 진부령 8㎜, 인제 서화 7㎜, 속초 설악동 5.5㎜, 미시령 4.5㎜의 비가 내렸다. 7일 오후에는 부산 해운대구 일대에도 단비가 내렸다. 이우영 기자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