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테크] 대양전기공업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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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조명 기술 개발로 사회에도 밝은 빛 비추는 착한기업

지난 4일 부산 사하구 신평동 대양전기공업 본사에서 이 회사 서영우 대표가 자체 개발한 헬기 착륙장용 LED조명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장비는 최근 산업부로부터 신기술인증(NET)을 받았다. 강원태 기자 wkang@ 지난 4일 부산 사하구 신평동 대양전기공업 본사에서 이 회사 서영우 대표가 자체 개발한 헬기 착륙장용 LED조명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장비는 최근 산업부로부터 신기술인증(NET)을 받았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의 향토기업인 대양전기공업은 지역 제조업에서는 드물게 1000억 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중견기업이다.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 전에는 150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력 제품인 선박용 조명은 노르웨이 업체와 세계시장에서 1위를 다툴 정도로 기술 경쟁력이 높다.

그러나 업체를 이끄는 서영우(47) 대표는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부가 발표한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돼 인터뷰 요청이 쏟아질 때도 이를 고사했다. 미디어 노출에 목을 매는 여느 CEO들과 대비된다. 본보가 어렵게 대양전기공업의 서 대표를 만났다.

‘제조업 본연 충실·이익은 사회로’

아버지 유언 영향 받은 경영 철학

헬리콥터 착륙장용 듀얼 LED

닥터헬기 활약 제한에 개발 돌입

세월호 참사 땐 팽목항 직접 찾아

고성능 휴대용 탐조등 무상 지급

“100년 기업 핵심은 결국 사람”

■혁신기술 개발로 사회공헌 앞장

1977년 부산 영도구 남항동에서 대양전기제작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대양전기공업은 1984년 지금의 사하구 신평동으로 본사를 옮겼다. 대한조선공사 출신인 설립자 서승정 전 대표는 선박용 전기 장비를 제작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회사의 외연을 꾸준히 키워가던 서 전 대표가 갑작스럽게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인 서영우 대표가 2005년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됐다. 서영우 대표는 당시 34살이었다.

공동대표였긴 했지만 서 대표의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서 대표는 기본에 충실했다.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서 대표는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계실 때 ‘왜 제조업을 시작했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며 “그때 아버지께서는 ‘애국하려고’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서승정 전 대표가 말한 애국을 풀어내면 첨단기술의 국산화, 일자리 창출, 성실한 납세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술혁신으로 제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되 이익은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서 대표의 경영 철학은 이때 만들어졌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인증(NET)을 받은 ‘헬리콥터 착륙장용 듀얼구조를 가진 LED CIRCLE-H 조명 설계 및 제조기술’은 서 대표의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헬기 야간 운행을 위해서는 헬기착륙장에 조명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 조명이나 쓰면 헬기 조종사가 눈부심 현상 등을 겪을 수 있다. 헬기의 무게는 물론 혹시 모를 폭발 사고에 견디려면 첨단 기술이 집약된 조명 장치가 필요하다. 대양전기는 이 기술 개발에 17억 원가량을 쏟아부었는데, 사실 실무 경영진들은 개발 작업에 반대하기도 했었다. 수요가 적은 탓에 본전 뽑기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 대표는 “여러 제약 때문에 닥터헬기가 제대로 활약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술 개발을 결심했다”며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는 마인드로 연구진을 독려했더니, 직원들의 사기는 되레 올라갔다”며 웃음지었다.

대양전기는 세월호 참사 때 팽목항을 직접 찾은 업체 중 하나다. 바다가 캄캄해 야간 수색작업이 어렵다는 뉴스 보도를 보고서는 자체 개발한 고성능 휴대용 탐조등을 현장 구조 대원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하기 위해서였다. 한국형 잠수함인 장보고함에 설치되는 선박용 조명 제품도 개발비 회수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다. 대양전기에서 나서지 않으면 해외에서 몇 배나 비싼 돈을 들여 수입해야할 처지였던 것이다. 서 대표는 “당장 몇 푼의 이익보다 중요한 건 기술에 대한 자긍심”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사람 … 순익 20% 성과 보상

대양전기 직원은 370여 명이다. 이 가운데 80명이 연구인력이다. 조명사업부, SI사업부, 센서사업부에 각각 설립된 자체 연구소에서 경쟁적으로 기술 개발에 몰두한다.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자본도 상당하다. 대양전기는 매년 매출의 8%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통상 2~3% 수준에 그치는 다른 제조업체보다 높다.

선박용 조명의 경우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2022년까지 세계 1위 자리를 견고히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양전기가 최근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자동차 전자브레이크용 압력센서 역시 미래가 기대된다. 미세 전자 기계시스템(MEMS)이 접목된 센서인데, 이 기술을 상용화해서 제품까지 만들어낸 것은 국내에서 대양전기가 처음이다. 서 대표는 “센서 사업은 세계 자동차시장에 연착륙을 완료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스마트카, 수소차 등 차세대 차량에도 이 센서가 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연구개발을 비롯해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한 열쇠는 결국 사람이라고 본다. 2009년부터 회사 순이익의 20%를 성과 보상 시스템에 의거해 직원들에게 분배하는 이유다. 협력사들에게 매달 3차례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서 대표는 “정년퇴임하시는 분들이 제게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실 때 최고의 보람을 느낀다”면서 “우리 임직원들이 앞으로도 똘똘 뭉쳐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리더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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