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확장안 총리실 검증] 향후 절차와 전망
부울경-국토부 “연내 검증” 공감… 총리실 “중립적이고 신중하게”
20일 국토교통부 서울사무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등과 김해공항 확장안 검증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동남권 신공항의 운명은 이제 총리실로 넘어갔다. 부·울·경 3개 지자체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이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판단을 총리실로 넘기기로 공식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을 넘겨받은 총리실의 검증이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총리실은 판정위원회를 만들어 양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검토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검증의 성격과 범위, 전문가 구성 등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부울경과 국토부가 생각하는 검증의 성격을 놓고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어 이낙연 총리가 과연 어떤 해법을 도출할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 이견 가릴 판정위원회 구성
이낙연 총리 해법 도출 ‘시험대’
면담 뒤 합의문 내용 브리핑서
“정부 차원 검토 우선적 절차” 언급
“최대한 빨리 이관” 원칙도 합의
부울경-국토부 입장 차 극명
섣부른 결론 예단은 무리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 의견 일치
그동안 양측은 총리실 검증에 대해 여러 차례 거론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올 4월 말 부산을 찾은 이낙연 총리에게 “김해공항 확장안이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을 못 한다는 부울경 검증단의 최종보고회를 언급했고 총리실에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신속히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별다른 말이 없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리실에서 함께 테이블에 앉아 빠른 시일 내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고 같은 입장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면담은 서로가 총리실 검증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진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보고 대국민 약속을 하는 차원에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합의문에 대한 브리핑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이 답변했다. 김 지사는 ‘총리실로 넘긴다는 것은 원점 재검토로 봐도 되나’라는 질문에 “원점 재검토라기보다는 그동안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국토부에서도 추진한 사항이 있고 그에 대해 부울경 검증단에서 문제제기한 내용이 있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해 최종적인 정부 차원의 검토 없이는 추진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경욱 차관은 ‘언제 총리실로 넘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총리실과 협의해야 하는 문제인데 우리는 최대한 빨리 총리실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고 답했다. 총리실 검증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검토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데 대해 국토부와 부울경의 의견이 일치돼 연내 검증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검증은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총리실 검증 절차 돌입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총리실 검증 조건에 대한 합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측 입장 팽팽… 결론 예단 어려워
양측은 총리실 검증 결과를 따르기로 합의했다. 총리실의 판단에 따라 동남권 신공항의 운명은 최종 결정된다. 김해공항 확장안을 그대로 추진할지, 아니면 이를 폐기하고 새로운 입지를 찾을지 총리실이 키를 쥐게 됐다는 것이다.
김경수 지사는 이날 면담에서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그동안 6차례 용역을 했는데 부적절·부적합하다는 결정이 났었고 이후 한 번의 결정으로 가능하다고 해 추진되고 있다”며 “이전 정부에서 결정한 문제인데, 최종적으로 총리실에서 검토하고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게 국력 소모가 안 되고 국책사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논란의 종지부’를 찍자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최근 서울에서 지역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술적인 결정보다는 과거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결정할 당시의 문제점을 되짚는 정무적인 검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결정이 정치적 결정의 성격이 짙었다는 점을 검증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토부 측은 김해공항 확장안이 부울경 관문공항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총리실 검증에서도 이에 대한 입장과 논리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낙연 총리는 올 5월 15일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총리실이 동남권신공항 추진방향을 재검증할 때 정치적 고려는 완전히 배제하느냐’는 질문에 “목표를 정해 놓고 갈 수는 없는 문제”라며 “중립적이고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셔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부울경 검증단이 여러 항목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는데 국토부가 진행한 기본계획용역안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울경 검증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김해공항 확장안의 문제점이 수면 위에 올라오고 결국 총리실 검증까지 가게 된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총리실이 엄격하게 검증할 것이고,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유추할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