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 가볼 만한 계곡] 숲과 물, 바람 숨 쉬는 우리 동네 비경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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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이 깊지 않은 부산 북구 애기소계곡은 아이들이 마음껏 물놀이를 할 수 있어, 무더위기가 시작되면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몰려든다. 수심이 깊지 않은 부산 북구 애기소계곡은 아이들이 마음껏 물놀이를 할 수 있어, 무더위기가 시작되면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몰려든다.

바다의 도시이지만, 정작 부산 시민은 여름에 바다를 즐기기가 만만치 않다. 4계절 내내 바다를 가까이 두고 있지만, 전국에서 모인 관광객으로 여름철 해수욕장 접근성은 급격히 나빠진다. 여름에 부산으로 사람이 많이 몰려야 지역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고, 도시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니, 부산 시민이 감내해야 할 불편이기는 하다.

깨끗함 자랑하는 해운대 지척 장산계곡

장산 정상 이어지는 등산로·산책길은 덤

운치 있는 풍경 화명동 대천천 애기소계곡

수심 깊지 않아 아이들 물장구치기 제격

불광산 자락 대표 피서지 기장 장안사

계곡 백양교 근처·범어사 계곡도 피서에 좋아

그렇다고 시원한 바람과 물줄기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 우리에게 바다만 있는 게 아니다. 산도 있고 계곡도 있다. 도심 한복판에 숨어 있는 부산의 계곡은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시간과 돈을 적게 쓰면서도 시원한 물줄기와 자연의 푸르름을 벗 삼으며 신선놀음 하기엔, 숨어있는 부산의 계곡만큼 가성비가 뛰어난 곳도 없다.

도심 계곡의 절대 강자, 장산계곡

해운대 장산계곡으로 이미 초등학생들이 야외활동으로 물놀이를 하는 등 벌써부터 오가는 이들이 많다. 해운대 장산계곡으로 이미 초등학생들이 야외활동으로 물놀이를 하는 등 벌써부터 오가는 이들이 많다.

해운대 장산계곡의 매력은 가보기 전까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해운대신시가지와 너무 가까워서다. 도심 안에 계곡이 있으니, 아담하게 그냥 물에 발 담그는 수준 정도 아닐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꽤 물줄기의 폭이 크고 산림도 우거져, 장산계곡은 웬만한 유명 계곡의 매력을 모두 발산한다.

장산의 입구인 대천공원으로 가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대천공원엔 주차가 안 되고,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영주차장 등이 있지만 주말이나 휴가철엔 금세 자리가 다 찬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10분 정도, 동해선 신해운대역에서 20분 정도 걷다 보면, 대천공원에 들어선다. 대천공원 입구엔 인공호수인 대천호가 자리 잡고 있는데, 장산 정상에서부터 내려온 물이다. 이 물이 지나온 줄기가, 바로 장산계곡이다.

대천호의 뒤편으로 들어서면 장산계곡의 하류가 시작되는데, 먼저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새 노랫소리가 어디선가부터 들린다. 소리를 따라 가면 숲 속에 놓인 장산계곡에 다다른다. 이미 여기서부터 신선놀음이 가능하다.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몰려온다. 계곡 폭도 꽤 넓고, 물이 투명하다. 장산계곡의 매력 중 하나가 깨끗함이다. 취사가 안 되고, 계곡에 민가 등도 없고, 유명 계곡에 비해 관광객도 덜 모여, 딱히 자연 상태의 물을 더럽힐 게 없다.

장산계곡이야 장산 정상까지 이어지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구간은 주로 대천호 끝자락에서 폭포사 인근 장산폭포까지 1㎞ 남짓한 구간이다. 계곡 폭은 좁지 않으나, 대체로 어린이들이 물장구치기 좋은 정도의 깊이라서 여름철이면 가족 단위 피서객이 많이 찾는다. 중간중간 어른이 들어가도 허리 정도 담글 수 있는 웅덩이도 있다. 초등학생이 다이빙하기 가능한 웅덩이도 있다.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 시작된 것도 아니지만 이미 발 담그고 시원함을 느끼는 등산객도 꽤 있다. 야외활동을 나온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도 보인다. 사실 여름이 아닌 봄, 가을에도 장산계곡엔 꽤 많은 이가 몰린다. 산의 푸르름과 계곡의 시원함을 가볍게 즐기기에 딱이기 때문이다.

장산계곡의 또다른 매력은 숲을 즐길 수 있다는 거다. 장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길이 있고, 숲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길도 여러 개다. 중간중간 벤치나 쉼터도 많다. 장산폭포를 지나면 양운폭포도 만날 수 있는데, 7~8m 정도의 높이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이곳에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대천체육공원, 춘천생태학습장 등도 계곡에서 멀지 않다.

아이들의 천국, 애기소계곡

북구 화명동 대천천의 애기소계곡은 장산계곡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북구 주민들에겐 여름철 ‘집 앞의 천국’으로 통한다. 금정산 정상에서 시작돼 낙동강까지 이어지는 물줄기가 대천천이다. 그래서 대천천계곡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계곡 내 핫스팟인 애기소폭포의 이름을 따 애기소계곡이라고도 한다.

장산계곡에 비하면 애기소계곡은 좀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좀 더 숨어있는 계곡이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한산한 편이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역시나 피서객이 꽤 많이 모인다. 공영주차장이 인근에 있으나 그리 넓지는 않다.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계곡 입구에까지 쉽게 올 수 있다.

마을버스 정류장이든 공영주차장에서 내리든 계곡은 바로 보이지 않는다. 시원한 물줄기 소리를 따라가면 곧 애기소계곡이 펼쳐지는데, 길게 이어지는 물주기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선녀가 목욕하러 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물은 맑다. 비가 온 뒤가 아니라면 그리 수심은 깊지 않다.

금정산의 웅장함과 낙동강을 바라보는 전망 덕에 애기소계곡의 풍경은 꽤 운치가 있다. 특히 돌무더기가 독특한데, 커다란 바위들이 많이 쌓여 있다. 풍경이 멋져서 슬픈 전설도 내려온다. 어느 부부가 아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생기지 않자, 신령께서 3년간 운명에 없던 아기를 곁에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아기를 얻어 행복한 날을 보내던 부부는 3년째 대천천에 왔는데, 그만 풍경에 너무 감탄해 넋을 잃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기가 사라졌다. 그 자리가 애기소폭포라고 한다. 실제로 애기소폭포 주변의 경치는 저 멀리 산골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인상적이다.

애기소폭포의 슬픈 전설 내용과는 정반대로, 피서철 애기소계곡엔 아이들이 몰린다. 수심이 대체로 깊지 않아, 물장구치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얕지도 않아, 튜브를 타기에도 좋다. 대신 부모들이 계곡물에 발을 적셔다가 그늘에 펼쳐둔 돗자리에 앉아 물놀이를 하는 자녀를 보며 신선놀음하는 게, 한여름 애기소 계곡의 흔한 풍경이다. 물론 애기소폭포 깊숙이 어른도 충분히 잠수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애기소계곡 인근 차로 3분 거리에 화명수목원이 있다. 넓은 화명수목원을 돌아다니며 꽃과 나무 구경을 한 뒤, 애기소계곡에서 여유로움을 느껴보는 게 좋을 듯하다. 마을버스로 두 곳을 오갈 수 있다.

도심 외곽의 장안사 계곡

기장군 장안읍 장안사 계곡은 부산과 울산 시민의 대표적인 피서지다. 장안사 앞이지만, 불광산 자락에 있다고 해 불광산 계곡이라고도 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가 1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도심에선 다소 떨어져 있는 외곽 계곡인 만큼,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계곡물이 매우 맑고, 다슬기나 가재 등도 자주 볼 수 있다. 우거진 불광산의 나무들이 신선한 공기를 왕성하게 뿜어내, 공기마저도 시원하다. 불광산과 함께 시명산과 삼각산이 어우러져 있어 전체적인 풍광도 멋지다. 여름이 아니더라도 장안사 계곡으론 발길이 이어진다. 봄엔 진달래와 철쭉이 화사하게 피고, 가을엔 단풍이 아름답다.

계곡에서 돗자리를 펼쳐 충분히 신선놀음한 뒤 장안사를 구경할 수도 있다. 또 멀지 않은 곳의 백련사나 척판암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척판암은 원효대사가 판자를 던져 당나라 천명대중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작은 사찰이지만, 산신각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구조로 꽤 유명하다.

이들 계곡 외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부산시민은 부산진구 어린이대공원 부지 내 백양교 근교 계곡이나 금정구 범어사 계곡을 찾아 돗자리를 펼치기도 한다. 수심이 얕아 마음껏 물놀이를 하기에 좀 부족하지만, 그늘에 자리 잡고 자연이 선사하는 시원함을 체험하는 덴 손색이 없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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