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철도 파업] 노사협상 주요 내용
임금인상률 한발씩 물러선 노사, 협상 재개로 파업 철회 국면
11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교통공사 노포차량사업소에서 열린 부산지하철 노사간 임단협 본교섭에 참석한 이종국(오른쪽) 부산교통공사 사장이 최무덕 노조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부산도시철도 노사가 11일 오후 협상을 재개하면서 파업 철회가 임박했다. 노조가 2년 6개월 만에 전면 파업을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노사는 막판까지 임금인상률을 놓고 협상을 벌이다, 사 측이 기존 동결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노조도 기존의 1.8% 인상안에서 한발 물러섰다. 일각에서는 파업이 철회되어도 공단의 구조적인 적자와 통상임금 소송 불씨는 남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 이틀째 들어 시민 불편 가중되자
공사 측 먼저 협상 손길 내밀어
11일 오후 6시 30분께 실무 교섭 돌입
공사 측 동결 대신 1% 이내 인상률 제시
타결돼도 도시철도 구조적 적자 여전
파업 철회 땐 12일 첫 차부터 정상 운행
■왜 370억 원보다 47억 원이 문제였나?
지난 9일 노사 교섭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임금 부분이었다. 사 측인 부산교통공사는 ‘임금 동결’을 끝까지 요구했고 부산지하철노조는 공무원 봉급 인상 기준안을 토대로 기존 4.3% 인상에서 수정된 ‘1.8% 인상안 ’을 제시했다. 하지만 임금 인상률은 5시간 동안 논의를 해도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임금 동결과 1.8% 인상안의 차이는 47억 원이다. 매년 발생하는 통상임금 차액분 370억 원 대신 인력을 뽑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도 사 측도 47억 원은 큰 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사 측은 ‘임금 동결’에 대해서는 협상 초기부터 매우 강경한 입장이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교통공사는 매년 무임승차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2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이를 시민의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라도 임금 동결과 같은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연간 발생하는 통상임금 차액분 300억과 이전에 발생한 2017~2019년 차액분 1000억 원 상당을 포기한 만큼 공무원 인상 기준인 1.8% 인상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임금을 포기한 것만으로 주변에서 ‘바보’라고 할 정도로 지하철 정상화를 위해 대승적인 양보를 했다”며 “교통공사는 노조에서 대승적인 양보를 했음에도 일체의 양보 없이 ‘임금 동결’이라는 원래의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임금 인상이 당장 액수는 작지만 향후를 지켜봤을 때 부산교통공사에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금인상률 1.8% 인상에 호봉인상률을 더하면 3.6%가 인상되는 데다 매년 임금 인상에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업이 이틀째 들어서고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결국 공사측이 먼저 협상의 손길을 내밀었다.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지하철노조는 11일 오후 6시 30분께 부산 금정구 노포차량사무소에서 공사 이종국 사장과 노조 최무덕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 교섭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서 공사 측은 기존의 임금인상률 동결 입장을 철회하고 1% 내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 12일 첫 차부터 도시철도는 정상 운영된다.
■여전한 적자구조
사 측은 이번 협상 초기부터 임금 동결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 이유는 매년 적자가 불어났기 때문이다. 부산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지난 2014년 1439억 원에서 2018년 1660억 원으로 상승했다. 공단은 이 중 절반 이상이 고령자 등 무임승차로 인한 비용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에 공사는 국회에 사회복지비용 개념을 도입해 국비에서 보전하는 법안 개정을 주장해 왔지만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공사보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길어 임금 부담도 높은 편이다. 부산교통공사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16년 9개월로 ,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여기에 수천억 원의 통상임금 추가 지급분도 부담이었다.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2015년 1심 판결에 1인당 2000만 원 가까운 금액을 추가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사측은 항소 중이며, 매년 300억 원 가까운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1000억 원에 달하는 2017~2019년 통상임금 차액분을 노조에서 소송하지 않는 다는 것에서는 합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통상임금 차액분이 개인적인 재산관계인 만큼 노조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또 현재까지 알려진 합의 내용처럼 통상임금 대신 인원 충원을 하기로 협의했다면 임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신입 연봉을 대략 3000만 원이라고 가정해 500명을 새로이 뽑는다면 150억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며 “임금 인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 이에 대한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500명은 전체 교통공사 직원 4000명의 12.5%에 달하는 숫자다.
장병진·이상배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