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과정 거치고 나니 성취감 훨씬 커요”
에콜 42 재학생 밸런타인(왼쪽) 씨와 마고 씨.
에콜 42에서 만난 학생들 대다수는 다른 전공이나 직업을 갖고 있다가 IT 분야에 관심이 생겨 이곳을 찾게 됐다고 했다.
2학년에 재학 중인 밸런타인(27) 씨 역시 학과 전공은 마케팅이었다. 밸런타인 씨가 IT 분야에 눈을 뜨게 된 건 2015년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됐을 때다. 서강대학교에서 교환학생 신분으로 마케팅을 공부하던 밸런타인 씨는 친구의 권유로 바둑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마침 그때 이세돌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펼쳐졌다. 밸런타인 씨는 세기의 대국을 지켜보면서 마케팅이 아닌 IT 분야에 미래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밸런타인 씨, 한국서 IT 눈떠
마고 씨, 소개팅 앱 개발 진행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게 중요”
밸런타인 씨는 에콜 42에서 배운 전공지식을 기반으로 웹 분야로 진출하고자 한다. 밸런타인 씨는 “지금 한창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보통 오전 8시에 학교에 와서 오후 8시에 귀가한다”며 “모두들 자기가 원하는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교수 등 외부인이 동기부여를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밸런타인 씨는 “피신(입학시험) 기간이 끔찍하게 힘들었던 걸 빼놓고는 나쁜 기억은 별로 없다”며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게 처음엔 힘들었는데 적응이 되고 나니 지금은 성취감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토론에 한창이던 마고(29·여) 씨 역시 IT 전공생 출신은 아니다.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이후 여행업체에서 일하던 마고 씨는 자신을 만족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에콜 42에 지원하게 됐다. 마고 씨가 에콜 42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남녀 간의 만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소개팅 앱이다. 기존에도 다양한 종류의 소개팅 앱이 있지만 마고 씨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았던 데이터를 베이스로 만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고 씨는 채용이 이미 결정된 상황이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프랑스의 한 IT 업체에 웹 개발자로 채용될 예정이다. 마고 씨는 “에콜 42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