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들의 ‘세상과 시선’
연말연시 세상을 보는 청년 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감상할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최정은의 ‘탈락된 개체의 현기증’. 오금아 기자
이장욱의 ‘피난 온 언어'. 오금아기자
막 세상에 나온 청년 작가가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2019년도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량을 키운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장 2곳을 소개한다.
‘오픈스페이스 배’ 인큐베이팅
창작 공간 ‘홍티아트센터’ 입주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통해
기량 다진 예술가 14인의 작품
부산 전시장 2곳서 동시에 선봬
황원해의 ‘in facade’. 오픈스페이스 배 제공
■지상으로 올라온 빛나는 시선 7
오픈스페이스 배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참여 작가들의 전시 ‘아래서 빛나고 있던 것들’이 내년 1월 18일까지 열린다. 오픈스페이스 배(부산 중구 동광동)가 2009년부터 진행해 온 청년 작가 활성화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가들이 한 해 동안 작업한 결과를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 인큐베이팅 작가들은 오픈스페이스 배가 해운대 달맞이에서 원도심으로 이사하면서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달맞이 지하공간에서 한 번, 프로그램 마무리로 원도심 지상공간에서 한 번, 총 두 번의 전시회를 열게 됐다. 해운대 전시장의 상징이었던 원형계단을 동광동에도 설치해 ‘지하에서 지상으로’ 성장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뜻을 전시 제목에 담아냈다.
전시 참여 작가는 김이주, 김정인, 김정훈, 신윤지, 조현수, 한솔, 황원해 등 7명이다. 김정훈의 ‘그렇기에’는 비디오 화면 위에 흙빛의 손과 발 모양 소조가 놓여 있다. 성공 신화를 향해 내달리는 현대인에게 벽에 걸린 열쇠 달린 문 손잡이로 행복과 성공의 진짜 의미를 묻는다. 조현수는 한지 위에 구리 박을 붙여 대나무 숲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시간 흐름에 따라 계속 진행되는 구리의 부식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자연의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전통 한국화의 틀에서 벗어나 재료와 기법 확장을 시도한 작품이다.
황원해의 ‘in facade’는 대리석 건물의 파사드, 한옥의 단청, 벽돌, 시멘트벽 같은 건축물의 부분 이미지를 화폭 위에 수집했다. 공간에 대한 파편화된 기억을 표현하는 작품은 노후 건축물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전시장과 잘 어우러진다. ▶2020년 1월 18일까지 오픈스페이스 배. 051-724-5201.
김정훈의 ‘그렇기에'. 오픈스페이스 배 제공
■무지개로 연결하는 색다른 시선 7
홍티아트센터 올해 입주 작가 단체전 ‘레인보우 와이어(Rainbow-Wire)’는 새해 1월 19일까지 F1963 석천홀(부산 수영구 망미동)에서 개최된다. 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창작 공간 홍티아트센터에 입주해 활동하는 김등용, 이장욱, 이정동, 정주희, 최정은, 오우마(일본), 요건 던호펜(남아공) 등 작가 7명이 전시에 참여한다.
전시 제목은 무지개언덕 마을에 있는 홍티아트센터와 와이어 공장이었던 F1963을 상징하는 두 단어를 합친 것이다. 부산의 동-서 문화예술을 연결하는 의미인 동시에 예술과 사람, 사람과 삶을 잇는다는 전시 주제를 평면부터 대형 설치작업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풀어냈다.
최정은의 ‘탈락된 개체의 현기증’은 인간 신체에 대한 왜곡된 해석을 각성시키는 작품이다. 몸에 붙어 있을 때는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몸에서 떨어지면 더럽고 징그러운 존재로 변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머리카락을 닮은 수백 개의 털 모형이 달각거리며 반복해서 움직인다. 자석의 서로 다른 극이 밀어내는 구조로 반복된 움직임을 만들어냈는데 단 하나도 같은 동작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이장욱의 ‘피난 온 언어’는 사회적 약속인 언어가 개인 영역으로 넘어올 때 일어나는 변화를 표현했다. 깡깡이아지매, 전포카페거리 바리스타 등 부산을 대표하는 직업군 네 개를 뽑아서 같은 단어가 사람에 따라 내포된 의미나 결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디오 영상 속 인물과 음향의 불일치, 그물 설치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각자의 상상이 겹쳐진 그물일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한다. ▶2020년 1월 19일까지 F1963 석천홀. 051-754-0434.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