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접촉자 ○○아파트에 산다더라” 무분별 신상 털기에 ‘2차 피해’ 고통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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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

지난 5일 부산 연제구에 거주하는 한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7번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접촉자 A 씨 부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과도한 신상털기식 정보 공유가 이어져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부산 연제구 보건소에 따르면 17번 환자와 친척 사이인 A 씨는 지난 5일 발열 등의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 뒤이어 A 씨의 남편인 B 씨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부부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확진자와 접촉한 날로부터 14일까지는 자가 격리 조치된다. 자가 격리 기간 동안 이상증상이 없을 경우, 격리 조치는 9일 0시에 해제된다.


보건소에 시민들 문의 전화 폭주

온라인카페·SNS서 정보 나돌아


A 씨 부부가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긴박했던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6일 부산 연제구 보건소에 A 씨와 관련한 문의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차질을 빚었다. 민원인들은 ‘음성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확진자가 되는 경우가 있느냐’고 묻거나, A 씨의 동선과 거주지, 자녀 학교 등에 관한 정보를 물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A 씨가 확진자가 아닌 만큼 개인 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다. 그렇게 설명해도 몇몇 민원인들이 보건소 직원들에게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기도 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A 씨 가족을 둘러싼 ‘마녀사냥식’ 신상털기도 이어졌다. 교육 당국은 A 씨 자녀가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으나, 온라인 카페나 SNS 등을 통해 A 씨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어린이집, 학원 등에 대한 정보가 나돌았다. 심지어는 A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까지 떠돌고 있다. 이들 내용 대부분이 가짜지만, 자칫 A 씨 가족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부산 연제구 김희정(가명·37·여) 씨는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같은 동네라고 하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마녀사냥식 신상 정보 캐내기로 A 씨 가족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A 씨가 음성으로 확인된 만큼, 과도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들의 불안이 큰 만큼 A 씨의 자녀와 부모가 증상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감염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연제구 사공필용 보건소장은 “시민들의 불안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개인의 위생 관리를 더 철저히 하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유리 기자 yool@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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