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뉴스] "머라카노? 부산 동물원 또 문닫는다꼬?"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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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금강공원 동물원에서 물개쇼하는 장면이라예. 이 때만해도 금강공원 동물원이 부산에서 '핫플'이었심더. 부산대 로컬리티 아카이브 1970년대 중반 금강공원 동물원에서 물개쇼하는 장면이라예. 이 때만해도 금강공원 동물원이 부산에서 '핫플'이었심더. 부산대 로컬리티 아카이브

[읽기 전 잠깐] 우리 생활과 밀접한 데이터와 스토리를 접목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글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사투리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24일에 부산에 사는 얼라들을 억수로 서운케하는 뉴스가 하나 떴심더. 부산에 딱 하나밖에 없는 동물원 '삼정 더파크'가 25일 문을 닫는다카네예. 2개월 더 연장해 운영할 수도 있다드만, 결국 예정대로 폐업하겠다카니 얼라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입니더. 특히나 어린이날 꼴랑 열흘 남가놓고 이라니 참말로 무심합니더.

코로나19 땜에 외출도 제대로 못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되면 어린이날 동물원에 가볼끼라고 학수고대 하던 분도 많이 허탈해하고예. 마 우짜든동 이번 어린이날에는 부산에서 코끼리는 볼 수 없게 됐심더.

그런데 말입니더, 동물원 문 닫네 마네 이런 뉴스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지 않심꺼. 맞심더. 과거에 부산에 있던 동물원들 다 이러다 문을 닫았어예. 그래서 이번 '사투리 뉴스'에서는 부산 동물원과 놀이동산의 흥망성쇠를 함 디비볼겁니더. 얼라들 손잡고 동물원, 놀이공원 앞에 줄 서던 시절로 함 떠나보입시더.


■갈 곳 없어도 화끈하게 놀았다

현재 부산에는 태종대, 에덴, 동백섬 같은 유원지가 12군데, 부산시민공원, 부산어린이대공원, 금강공원, 용두산공원 같은 근린공원이 161군데 있슴더. 바다에 산에다 강까지 있는 부산은 자연환경이 기똥차지만, 문제는 얼라들 데리고 갈만한데가 없다는 것이겠지예. 그래서 봄날 휴일에 시민공원 같은데 함 가보이소. 얼라들로 쎄리 마 미어터집니더.

인프라가 좀 갖춰져 있어도 이 정도인데, 예전에는 우쨌을까예? 그때도 부산에 갈 곳 없다고 아우성치는 기사가 있네예. <부산일보> 1961년 4월 21일 자 1면 '중앙동' 코너 함 보이소.


1960년대에도 부산에 갈 곳 없다고 한탄하는 내용의 기사입니더. 부산일보DB 1960년대에도 부산에 갈 곳 없다고 한탄하는 내용의 기사입니더. 부산일보DB

"부산이라는 곳의 주변에는 시민들이 손쉽게 값싸게 가 볼만한 곳이 없다. 송도나 동래, 해운대의 온천장은 이미 다수 시민들과는 거리가 먼 특수유흥지대로 변했다. 기껏 동백섬이나 금강원, 태종대같은 곳이 있어도 관리며, 시설이 형편없어 벤치는커녕 돗자리를 빌리는데도 돈이 들게 마련이다. 시내에도 문서상으로는 공원예정지가 17개소를 헤아리면서 실지로는 모두 집이 들어서고, 고작 깡패의 무대로 이름난 용두산이 명영(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나마 갈 수 있는 곳도 돗자리 빌릴라고 돈까지 내야하니 하이고 마~ 얼마나 기가 찼겠습니꺼. 갈 곳이 마땅치 않았지만예, 그래도 부산 사람들은 노는 것도 끝내줬심더. 그런데 마 이게 좀 과해서 봄철마다 유원지, 공원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나뒹구는 쓰레기가 신문을 도배했지예.

<부산일보> 1969년 4월 21일 자 3면 기사에는 "금강공원 상춘무드를 어지럽힌 122명의 피의자가 현지 순회즉결재판을 받았다"면서 '상춘무드'를 어찌 어지럽혔는지 자세히 알리고 있심더. 보니까네 사이다 병을 깨서 지인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도 있고예, 술값때매 시비가 붙어 기물을 파손한 사람도 있네예.



하이고 저 아재들, 아니 젊은이들이 유원지서 술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네예. '깽가리'가 와 거서 나오노, 참말로…. 부산일보DB 하이고 저 아재들, 아니 젊은이들이 유원지서 술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네예. '깽가리'가 와 거서 나오노, 참말로…. 부산일보DB

1971년 4월 22일 자 6면 '소란한 상춘' 기사에서도예, 금강공원에서 벌어진 각종 추태를 자세히 전합니더. 그때 금강공원 인기가 우찌 그리 좋은지 대구에서 관광버스 대절해가 오고, 시내 직장 단위 야유객 10만 명이 몰맀어예. 근데 남녀가 어깨동무하면서 춤추고, 흥청거리는 꼴불견이 마 군데군데서 보였다 안캅니까. 또 어떤 상춘객은예, 술에 곤드레 만드레 취해가꼬 주먹질해서 경찰에도 끌리갔고예. 심지어 '깽가리'도 치고 금강공원을 마 난장판 만들었뿟다카네예. 하이고 마~ 깽가리가 와 거서 나오노.

그래도 한편으로 이해는 갑니더. 그때 시민들은 신발, 섬유, 합판공장에서 주 6일 내내 쎄빠지게 일만 하지 않았겠심꺼. 고단한 일상 유원지서 함 풀어보려다 저럴 수도 있겠다 싶으니 좀 짠해집니더.


■10년 만에 문 연 동물원 또 폐업


<부산일보> 1970년 3월 27일 자 7면에 났던 사진입니더. 코끼리 볼끼라고 금강공원 동물원에 사람들이 많이도 왔네예. 부산일보DB <부산일보> 1970년 3월 27일 자 7면에 났던 사진입니더. 코끼리 볼끼라고 금강공원 동물원에 사람들이 많이도 왔네예. 부산일보DB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동물원 이바구를 함 해보겠심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동물원이 부산에 있었다는 거 아십니꺼. 1964년 문을 열었다가 2002년에 폐업한 금강공원 '동래동물원'이지예. 이 동물원에는예, 코끼리하고, 호랑이는 물론이고 140종 860마리가 바글바글했다캅니다. 휴일만 되면 동물원 입구부터 망미루까지 400m 구간은 표를 사볼끼라고 줄이 어마무시하게 길었다카이 말 다했지예.

그 시절 동물원 동물 동정도 신문 지면에 심심찮게 등장했어예. 대표적인 기사 제목만 몇 개 불러드릴게예.

'표범 빌리양, 두 수놈 순산' '동래동물원에 분가해 온 아프리카산 하마' '동래동물원에 온 바다사자가 신방살이에' '동래동물원에 시집오는 호랑이 공주'

특히 이 호랑이는 광주에서 왔다캅니더. 와~ 그 시절에 호랑이가 먼저 영호남 화합을 했뿠네예. 얼마 전에 동물복지 개념도 생겼지만, 그때는 그런 게 있었겠심꺼. 못된 관람객들이 쓰레기도 던지고 동물들한테 해코지를 하는 일도 많았지예. 심지어 꼬끼리가 비닐을 삼켜 죽어뿌고, 호랑이도 급사하는 일이 벌어졌슴더.


금강공원 동래동물원에서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코끼리 '삼돌이'라예. 뭐가 좋은지 삼돌이가 활짝 웃고 있네예. 부산일보DB 금강공원 동래동물원에서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코끼리 '삼돌이'라예. 뭐가 좋은지 삼돌이가 활짝 웃고 있네예. 부산일보DB

금강공원 동래동물원은 운영사가 제때 투자를 안 해 점차 시시한 동물원으로 전락했고예, 경영난도 가중돼 2001년 11월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갑니더. 그리고 다음해 동물 180마리를 대전동물원에 팔고 완전 문을 닫았심더. 그때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코끼리 '삼돌이'도 팔려갔지예.

동래동물원과 양대 산맥이었고, 더파크 전신인 '성지곡동물원'도 빼놓을 수 없지예. 성지곡동물원은 1982년 어린이대공원에서 문을 열었어예. 그런데 성지곡동물원도 동래동물원맹키로 만성적자에 허덕입니더.



성지곡동물원 내 코끼리가 2002년 요절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부산일보> 기사입니더. 부산일보DB 성지곡동물원 내 코끼리가 2002년 요절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부산일보> 기사입니더. 부산일보DB

2002년 3월에는 성지곡동물원에서 부산·경남에 딱 한 마리 있던 코끼리가 죽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어예. 당시 <부산일보> 기사를 보면예 "1982년 두 살의 어린 나이로 성지곡동물원에 들어온 아프리카 코끼리(암컷)는 20년간 어린이와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면서 "코끼리 평균 수명(60살)의 3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하고 '한창 나이'에 죽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합니더.

결국은 성지곡동물원도 2005년 문을 닫았고예, 동물 320마리는 국내외 동물원으로 팔려갔심더. 수컷 하마 코돌이는 평양동물원으로 갔다카네예. 부산시는 당시 '더파크'란 이름으로 2년 만에 다시 동물원 문을 열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실제 10년이 다 지나서 더파크가 개장했거든예. 근데 또 문닫는다카니 속에 천불이 날라캅니더.


■놀이공원 0의 도시, 부산


부산어린이대공원 내 ㈜동마기업이 운영했던 놀이공원 모습입니더. 어린이날 때마다 얼라들이 바글바글했지예. 부산어린이대공원 제공 부산어린이대공원 내 ㈜동마기업이 운영했던 놀이공원 모습입니더. 어린이날 때마다 얼라들이 바글바글했지예. 부산어린이대공원 제공

부산 놀이공원도 동물원처럼 쇠락의 길을 걷기는 마찬가지라예. 과거 부산의 놀이공원하면 금강공원하고예, 어린이대공원 내 '동마놀이동산', 태종대 '자유랜드'가 대표적이었심더. 금강공원에서는 회전목마하고 비행카의 인기가 치솟던 시절도 있었지예. 그래가 1970~1980년대 금강공원 놀이시설 업주 한 명은 "휴일 장사 마친 뒤 500원짜리 지폐를 세다가 날이 새기도 했다"고도 말했다네예.

㈜동마기업이 1989년 1월부터 운영했던 어린이대공원 내 놀이동산도 부산 얼라들의 나들이 1순위였심더. 회전목마 등 놀이기구 16종을 갖췄고예, 연간 70만 명이나 이용했다카니 참말로 대단하지예. 안타깝게도 놀이동산 사용기간이 2011년까지라 그 해에 문을 닫았심더.


영도구 태종대에 있던 '자유랜드' 모습입니더. 바닷바람 맞으면서 타는 바이킹이 최고였지예. 부산일보DB 영도구 태종대에 있던 '자유랜드' 모습입니더. 바닷바람 맞으면서 타는 바이킹이 최고였지예. 부산일보DB

태종대 자유랜드는 1988년 5월에 개장했지예. 귀신의 집, 사격연습장, 청룡열차도 있었고예, 동물원도 운영됐심더. 바닷바람 맞으면서 타는 바이킹은 국내 어느 놀이공원에서도 맛 볼 수 없었던 거 아이겠심꺼. 그런데 마 자유랜드도 2008년 5월에 문을 닫심더.

놀이공원은 얼라들은 물론 가족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해주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했심더. 특히 놀이기구 안전관리가 제대로 안돼서 절대 있어서 안 될 사망사고도 발생했고예. 1990년대에 어린이가 어린이대공원 내 오수정화조에 빠져 익사하거나, 놀이기구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심더. 가장 최근에는 2007년 영도구 이동식 놀이동산 '월드카니발'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참사도 있었구예.


'광안리 바이킹'으로 유명한 '광안비치랜드' 자리에 오피스텔 짓는다는 기사라예. 부산일보DB '광안리 바이킹'으로 유명한 '광안비치랜드' 자리에 오피스텔 짓는다는 기사라예. 부산일보DB

추억과 상처를 동시에 준 놀이공원이지만예, 지금은 부산에 놀이공원이 하나도 없심더. 가장 최근에 생겼던 놀이공원 수영구 '미월드'도 2013년 6월 폐장했지예. 술먹고 바이킹 타다 토했다는 무용담 쏟아지는 '광안비치랜드'도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철거됐지예. 금강공원에도 놀이기구 3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작년 7월 1일부터 운영이 중단됐고 시설물 팔려고 내놨답니더.

"부산이 대한민국 제2 도시 맞나?"

부산에 하나 있는 동물원도 문을 닫고예, 놀이공원도 하나 없는 현실을 두고 나오는 얘깁니더. 제 후배는예 이제 100일 넘긴 얼라 크면 꼭 동물원에 델꼬가 코끼리 보여줄라 캤는데, 천상 다른 도시로 가야할 판입니더. 코끼리 뿐이겠습니꺼. 바이킹 함 타볼라면 경남 양산에 있는 '통도환타지아'까지 가야할낍니더.

억수로 거창하고 까리한 거 새로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라예. 시민들의 애환이 서린 추억의 장소조차 지키지 못하는 부산시는 부끄럽지도 않은교? 앞으로 누가 다시 시장 자리 올지 몰라도, 다음 시장은 단디 하소. 쫌!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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